민원인 분신사망사건이 발생한 전남 순천시가 뒤늦게 민원처리 기준과 민원인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을 내놓아 사후약방문식 처방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번 처방도 기존 제도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일고 있다.
순천시는 이번 민원인 분신사태가 불통행정에서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에 따라 시민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민원처리 방식을 대폭 개선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우선 여러 과를 거쳐야 하는 복합민원 중 주관부서 최종 검토 결과 불허처분이 예상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심의를 할 수 있는 최종심의위원회를 두기로 관련 규칙을 제정하기로 했다. 위원장도 과장에서 국장급으로 격상했다.
허가가 불가능한 민원에 대해서는 정밀 검토를 위해 불허처분 인·허가 업무의 사무전결 권한도 국·소장에서 부시장으로 격상할 방침이다. 과장급 간부가 민원인의 후견인이 되는 '민원 후견담당관'을 지정해 민원 종결 때까지 책임지고 행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원 담당공무원에 대해서는 시민중심 친절교육을 분기별 1회 운영해 서비스 마인드를 강화할 계획이다.
시와 민원간에 소통대책도 내놓았다. 순천시청 홈페이지(www.suncheon.go.kr) '시장에게 바란다'에 접수된 민원 처리방식을 기존에는 접수된 내용을 해당 부서로 넘겨 처리 결과를 민원인에게 알렸다. 앞으로는 현장 확인, 자체 해결, 민원인과 대화 등 필요한 조치를 구분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는 이 과정에서 민원인과 만나는 횟수를 늘리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기존 제도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인·허가 업무가 2개 부서 이상 해당되는 복합민원은 위원장만 국장으로 격상됐을 뿐 기존의 실무종합심의회에서 이미 처리해왔고, 민원 후견 담당관과 공무원에 대한 마인드 교육도 기존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특별한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조충훈 시장은 직속기관으로 시민소통과를 신설해 운영해왔으나 효과를 내지 못해 오히려 불통행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자만 한 단계 높인 것일 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알맹이 없는 대책"이라며 "고질민원, 악성민원, 집단민원, 복합민원을 처리할 수 있는 원스톱 민원서비스 등 실질적인 대책과 함께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의 태도부터 우선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2월 20일 오전 민원인 서모(43)씨가 가스충전소 등 인·허가 관련 민원처리에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순천시청 로비에서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해 이튿날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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