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상인(兵營商人)은 말꼬리로 만든 붓 12자루만 있으면 밖에서 1년 먹을 것을 벌어 온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에는 예부터 이런 말이 전해오고 있다. 이는 병영상인의 뿌리깊은 장사꾼 기질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
강진일보 주희춘(48ㆍ사진) 편집국장이 최근 발간한 '장사의 기술'이란 책에는 그가 지난 5년여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병영상인의 활약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병영상인의 상술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 국장은 현장 취재와 상인 후예 증언 등을 통해 조선시대 송도상인과 쌍벽을 이루며 전국 상권을 지배했다는 병영상인의 기원과 계보, 상술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병영상인은 조선 태종 17년(1417) 전라병영이 병영면으로 옮겨오면서 세력을 형성한 상인집단이다. 전라도와 제주도 등을 관할하는 군대가 들어오면서 막대한 물품 소비처가 생겼고 이 주변에는 2,000호가 넘는 민가가 들어서며 상업이 발달했다.
당시 전라병영은 군사시설인 동시에 거대한 종합 물류기지였으며 병영상인은 이들 물건을 외지로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목화로 무명을 만들고 농기구를 제작하는 조합도 만들어져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주 국장은 책을 통해 농업을 중시하고 상업을 억제했던 조선에서 병영상인이 형성되고 전국으로 뻗어나간 600년의 장사 수완을 8가지로 정리했다. 전국적인 유통망과 효율적 관리, 과감한 투자, 도전 정신과 겸손의 미덕, 지리적 환경의 이점, 광범위한 시장 개척, 신용과 친절 중시, 장사만 고집하는 프로 근성 등이다.
병영상인과 제주 거상 김만덕의 교류, 병영성 건립과 역사를 함께하는 거상 박기현, 현대 병영상인의 성공 사례를 보여준 김향수 아남산업 회장 등도 소개했다.
병영상인의 후예로 알려진 김주진 앰코테크놀로지 회장은"이 책은 병영상인의 상업정신이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원형이며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고뇌하는 이들에게 나아갈 바를 제시해 준다"고 설명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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