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건설업체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해 4월초 새 법인으로 출범한다. 이번 합병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그룹 승계와 관련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6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각각 임시이사회를 개최해 양사의 합병안건을 통과시키고, 합병방식과 비율 등을 최종 결정했다. 자산 규모가 큰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은 1대 0.18로 결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 주식 1주가 현대엠코 주식 5.6주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셈이다. 증권가에선 양사 합병 비율이 합리적으로 결정됐다고 평가가 나온다. 당초 정 부회장이 25%의 지분을 가진 현대엠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할 것이란 우려가 컸었다.
합병법인 최대주주는 현대건설로 38.6%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어 정의선 부회장(11.7%)이 2대주주가 되며 현대글로비스(11.6%), 기아차(9.3%). 현대모비스(9.3%), 정몽구 회장(4.7%) 등 현대차그룹의 지분이 85%가 된다.
2012년 기준 양 사 총 자산은 3조5,737억원, 매출액은 5조1,455억원에 달해 새 합병법인은 단숨에 업계 8위권 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2대 주주가 된 정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리게 되는 이유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당분간 합병 후 기업공개(IPO)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업가치를 높인 후 IPO에 나서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승계용 자금을 마련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엠코를 현대건설과 합병하지 않고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기로 한 것부터 향후 IPO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핵심 계열사 순환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정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 중 지분 가치가 가장 낮은 현대모비스 지분(16.9%)를 인수하려면 5조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병회사를 단독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다시 합병하는 과정을 거치며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정 부회장 보유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 사업부문을 합병했듯이, 계열사간의 사업조정일 뿐"이라며 이번 합병을 후계구도와 관련 시키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도 "플랜트 건축 주택 토목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해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합병을 결정했다"며 "2025년까지 수주 22조원,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세계 10위권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