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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그냥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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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라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그냥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요"

입력
2014.01.1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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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25)은 최근 스포트라이트를 가장 환하게 받는 남자 배우 중 하나다. 186㎝의 키론 쉬 가질 수 없는 마른 몸매와 그 위에 올려진 주먹만한 얼굴이 조금은 비현실적이다. 순정만화 속 인물을 연상케 하는 외모의 그가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고 했을 때 시청자들은 쉽게 수긍했다. 깔끔한 외모에 별난 능력을 지닌 남자가 일편단심 한 여인을 사랑한다니, 누나 팬들의 마음이 더 들썩일 수 밖에 없었다.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종석은 초원을 흐느적거리며 거니는 기린처럼 가늘고 길었다.

22일 개봉하는 이종석의 새 영화 '피 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은 그를 향한 여성 팬들의 판타지에 응답하면서도 일종의 각성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전히 빛나는 외모로 스크린을 장식하나 세련과는 거리가 한참 먼 충청도 사투리로 누나들의 고정 관념을 무너트린다. 대사 꼬리마다 붙는 '겨~'와 '여~'는 그의 도도한 도시 남자 이미지를 깡그리 지운다.

게다가 이종석이 연기한 중길은 대범한 접근법으로 모든 여학생들을 꾀면서도 학교 불량배 앞에선 반사적으로 몸부터 숙이는 비굴한 남자다. '색'에 강하고 주먹에 약한 영락 없이 비겁한 바람둥이. 그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 일진 영숙(박보영)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등장인물들로부터 두드려 맞기도 한다. 수영 천재 역할로 반짝이는 몸매를 과시했던 전작 '노브레싱'에 비하면 스타일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이종석은 "의도적으로 망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한 영화"라며 "감독님이 과하다며 편집 과정에서 여러 장면을 뺐을 정도"라고 말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노브레싱'에서 비슷한 모습만 보여줘 너무 답답했고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피 끓는 청춘'은 이종석의 연기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영화라 할 수 있다. 연기를 하기 위한 방편으로 16세 때 모델 일을 시작한 그는 아이돌 그룹 연습생을 거친 뒤 스물이 넘어서야 비로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어른들의 욕심에 자꾸 휩쓸려 가다가" 결국 배우가 되었으니 "의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촬영한 영화와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관상' '노브레싱' 등 모두 4편. 그는 "일을 하면서도 항상 일을 갈망했는데 요즘 대세 배우라 불려 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세라는 수식이 필요치 않은) 그냥 배우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뜨겁디 뜨거운 인기에 대한 그의 심정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그는 자신의 한계도 인정했다. "객관적으로 매력이 없다"고 했고 "남들과 다른 특별함도 없다"고 했다. "흐릿하고 하얀 외모로 지고지순한 역할을 연기하니 누나 팬들이 많이 생겼다"고 스스로를 분석하는 그는 "굳이 장점을 꼽으라면 담백함 아닐까"라고 반문하면서 남성적인 영화에 대한 욕망을 드러냈다. "(모델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김우빈의 못되게 생겼으면서도 남성적인 마스크가 부럽다"고 했다.

"외모 때문에 역할의 제약이 있는 듯해요. 지금은 어느 정도 (외모를 고려해) 타협을 하면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른이 넘고 여성적인 얼굴이 조금 변하면 남성적인 캐릭터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직까지 (해법을) 잘 모르겠어요. 몇 년이 지나면 심각하게 고민할 것 같아요."

이종석은 '피 끊는 청춘'의 촬영 뒤 찾아온 오랜만의 여유를 만끽하는 듯했다. "오래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머리 탈색"도 그런 해방감에서 비롯됐다. "곧 광고를 촬영할 텐데 노란 머리가 괜찮으냐"고 묻자 그는 "소속사에선 요즘 제가 짱이라… (큰 문제없다)"면서 웃었다.

"당분간 좀 쉬려고요. 일단 일어날 시간 안 정하고 자고 싶고요. 디제잉도 배우고 싶어요. 요즘 취미생활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집에 있으면 침대를 잘 안 벗어나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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