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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교수의 따져보는 보건정책] 달에 간 것처럼 암 정복도 더 공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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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교수의 따져보는 보건정책] 달에 간 것처럼 암 정복도 더 공격적으로

입력
2014.01.1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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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달에 보내겠다는 '문 샷(Moon shot)' 계획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미션이었다. 미국의 MD 앤더슨 암센터는 이보다 앞선 1944년 '암을 퇴치하겠다'는 미션을 만들었다. 이 같은 담대한 사명을 가진 이 센터가 암 환자를 치료한 지 70년이 되면서 다시 문 샷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류는 1969년 달나라에 갔지만 암 퇴치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매년 20만명 정도의 암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7만명 이상이 사망한다. 완치율도 높아져 암에 걸린 사람 중 3분의 2는 5년 이상 생존한다. 암 통계가 만들어진 1999년 이후 암을 경험한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갑상선암과 전립선암 환자는 각각 100%, 90%의 생존율을 보인다. 일반인의 생존율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는 정부의 암 관리법을 통한 체계적인 사업 추진, 국립암센터와 지역 암센터 등 하부 시스템의 정비 및 연계, 치료비 지원, 강력한 조기 검진 사업, 금연 정책, B형간염 예방접종 등의 덕이다.

그래도 매년 2조5,000억원 이상의 암 진료비가 건강보험에서 나간다. 암 진료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하면 더 많은 의료비가 지출된다. 근거 없이 혹세무민하는 의학 정보의 난무도 지출을 부추긴다.

과학적으로 보면 암은 예방 가능한 부분이 많다. 암 환자의 30%는 생활습관과 식이습관에서 비롯됐다. 20%는 예방접종으로 예방 가능하다. 나머지 50% 중 일부는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하면 일반인과 비슷하게 지낼 수 있다.

암으로 인한 공포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달에 사람을 보낸 것처럼 적극적으로 암을 퇴치시키겠다는 것이 미국의 '문 샷 프로그램'이다. 우리도 지금의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공격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먼저 흡연, 비만, 과도한 음주, 건강을 해치는 식이 습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암 환자 30%의 예방을 이끌어내야 한다. 둘째, B형간염과 자궁경부암 같이 예방 가능한 암은 대상자를 철저히 파악해 적기에 백신을 접종토록 한다. 셋째,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검진 사업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 근거 중심의 검진이 되도록 개선한다. 넷째, 재난적 의료비를 줄일 수 있도록 꼭 필요한 검사와 약제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암을 경험한 100만명을 잘 관리하고 이들의 경험을 암 예방과 연계시킨다. 여섯째, 그럼에도 여전히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를 위해 호스피스 완화 의료 병상과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일곱째, 암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치료 전달 체계를 확립해 낭비 요인을 줄인다. 마지막으로 암 진료비의 10%는 과학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연구와 개발에 사용하고 정확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종구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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