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상파 TV 시청은 주로 케이블이나 위성 등 유료방송을 통해 이뤄진다. 전체 시청자의 80%가 매달 30~100 달러를 내는 유료방송 가입자다. 때문에 무료인 지상파 방송의 최대 수입원은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챙기는 프로그램 '재전송료'다. 전체 수입의 약 60%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상파업계는 현재 이 수입이 몽땅 날아가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인터넷 방송 '에어리오' 때문이다.
▦ 미디어 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배리 딜러 전 폭스TV 사장이 2012년 시작한 이 방송은 지상파를 안테나로 수신해 가입자에게 보내준다는 점에선 유료방송과 흡사하다. 하지만 케이블 대신 초고속 인터넷망을 쓰고, 재전송료는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건 이 업체가 개발한 마이크로 안테나 덕분이다. 손톱만한 크기의 수 많은 초미니 안테나를 회사 데이터센터에 설치해 놓고 각 가입자에게 할당하면 가입자는 이를 빌려 방송을 수신해 인터넷으로 전달받는다. 거리의 차이만 있을 뿐 지붕 위의 안테나나 진배 없다. 하지만 비용은 유료방송에 비해 최대 10분의 1정도로 싸다. 월 8~12달러를 내면 메이저 지상파를 포함해 약 30개 채널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넘었다.
▦ 지상파들은 콘텐츠를 훔쳐 가는 해적 방송이라며 저작권법 위반 소송을 냈다. 이에 에어리오는 "가입자가 무료 지상파를 안테나로 수신하는 방식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장했고, 지난해 4월 항소 법원은 에어리오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가 있다.
▦ 오는 4월 예정된 최종 판결에서 에어리오가 승소하면 미 방송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케이블방송들도 에어리오 방식으로 전환해 지상파에 재전송료를 내지 않겠다고 이미 공언했다. 안테나를 축소해 획기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발상의 전환이 지난 60년간 미 방송계를 지배해 온 지상파를 어떻게 몰락시킬지 전세계 미디어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에어리오 케이스는 현 정부가 부르짖는 창조경제의 한 모델이 될 만하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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