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 중 경찰에 알린 사람은 100명 중 1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3명 중 2명은 피해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여성가족부가 19~64세 남녀 3,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발표한 '2013년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2010년 2.9%)가 지난해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고, 피해자 중 1.1%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대답도 66.6%나 됐다.
피해사실을 직접 경찰에 알린 비율은 가벼운 성추행 1.3%, 심한 성추행 5.3%, 강간ㆍ강간미수 6.6%로 피해 수위가 높을수록 높았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의 여성 긴급전화 1366이나 성폭력 지원시설, 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센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성폭력 상황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여성은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침'이 59.4%로 가장 높았으나, '그냥 있었다'는 응답도 27.1%를 차지했다. 남성은 '그냥 있었다'가 41.6%에 달했다.
피해자들이 성폭력에 이처럼 소극적인 이유는 저항하거나 신고를 해도 나아질 것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가 51.3%로 가장 많았고 '남이 알까봐 창피해서'(40.7%)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또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18.2%)가 뒤를 이었다. 남성은 '그 행동이 성폭력인지 몰라서'라는 대답이 42.8%로 가장 높았고,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34.4%) '남이 알까봐 창피해서'(5.9%) 순이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황정임 책임연구원은 "사회적 편견으로 성폭력 피해사실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직접 신고하는 피해자가 극히 적은 만큼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폭력 피해대응 수칙과 지원기관에 대해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평생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만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기에 성폭력 피해를 처음 경험한 비율은 가벼운 성추행 36.4%, 심한 성추행 34.6%, 강간미수 30%, 강간 39.3%로 피해자 10명 중 3명 가량이 아동ㆍ청소년기에 처음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간 피해자의 60.1%가 평소 알던 사람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답하는 등 면식범에게 성폭력을 경험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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