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간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8조원 가까이 늘었다. 풀린 장수로 따지면 1억6,000만장에 달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화폐 발행 잔액은 63조3,6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315억원(16.6%) 늘었다.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해마다 발행 화폐잔액이 5조~6조원씩 늘어나다 작년에 갑자기 9조원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작년 화폐 발행 증가를 주도한 건 역시 5만원권이었다. 5만원권 발행 잔액은 2012년말 32조7,664억원에 작년 말 40조6,812억원으로 폭증했다. 전체 화폐잔액 증가액의 88%에 달하는 7조9,147억원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발행 화폐 중 5만원권 비중은 64.2%로 1년 새 4%포인트 가량, 2년간 10%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5만원권이 시중에 대폭 풀린 이유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비자금 수요가 늘어난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장롱 속으로, 또 장판 밑으로 숨어 들어간 5만원권이 늘어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습기나 장판 밑 눌림으로 곰팡이가 쓸거나 부패돼서 교환된 지폐가 6억5,000만원이 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나마 은행 창구에서 교환된 지폐는 개인적인 용도의 비자금이겠지만, 세금 탈루 등을 위한 비자금의 경우 오랜 기간 빛을 보지 않을 공산이 크다"며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가 강해질수록 5만원권 등 화폐 발행잔액이 크게 늘어나는 딜레마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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