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총을 내려놓으렴."
지난 14일 미국 뉴멕시코주 로즈웰의 베렌도 중학교 체육관에서 이 학교 사회교사 존 매터슨은 20구경 샷건을 든 소년을 똑바로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학교 7학년생인 소년(12)이 급우 2명에게 차례로 총을 쏴 중상을 입힌 직후였다.
매터슨은 총격이 벌어진 체육관 안에서 현장과는 다소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총성이 울리자 지체없이 범인을 찾아 다가섰다. 겁에 질리고 흥분한 소년은 총구를 매터슨에게로 겨눴지만 그의 말을 듣고 이내 총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얌전히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렸다.
미국 언론들은 15일 이 같은 매터슨의 침착한 행동으로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로즈웰 교육청 교육감은 "그의 용기 덕에 단 10초만에 상황이 진정됐다"며 찬사를 보냈고, 주지사도 "영웅"이라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하지만 10년째 이 학교에 재직하면서 사회와 육상, 축구를 지도하는 매터슨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면서 "현장에 있던 모든 교사와 직원들이 함께 한 일"이라고만 말하고 일절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마침 학교에 자녀를 데려다 주러 왔던 경찰관 한 명의 재빠른 대응도 한몫을 했다. 학교에 아이를 태우고 왔던 경찰관 개리 스미스는 총격이 벌어진 곳에서 떨어진 학교 정문 근처에서 총성을 듣자 아이를 내버려두고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범인은 매터슨이 설득해 총을 내려놓았지만 무장한 현직 경찰관인 그가 없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한편 범행 동기를 수사하는 당국은 범인이 급우들에게 총격을 벌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귀띔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가 몇몇 급우들에게 "오늘 학교에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범인이 쏜 총탄에 얼굴과 목을 맞은 남학생은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며 어깨에 탄환 한발을 맞은 여학생은 다소 호전됐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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