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케이블 방송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이 주목받으면서 공연예술계의 소외 장르였던 현대무용의 대중적 파급력이 높아졌다. 하지만 무용계에서는 일부 젊은 무용가들이 탄탄한 예술 개념을 갖추지 못한 채 동시대성을 앞세워 이미지만 나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래서 잇달아 열리는 젊은 무용가들의 공연 중 전혁진(31)씨가 안무, 연출, 출연하는 '신세계'(17, 18일 서울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 눈길이 간다. 전씨는 동아무용콩쿠르 금상(2007), 요코하마댄스콜렉션 심사위원상(2011), 스페인의 마스탄자컨템포러리댄스페스티벌 베스트안무가상(2012) 등을 수상한 유망 안무가다. 지난 연말에는 한국춤평론가회의 춤연기상을 받는 등 평단에서도 인정받았고 현대무용가 개인으로는 드물게 무용가 이인수씨와 함께 JTI코리아의 제작 지원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서울문화재단의 창작 지원 공간인 홍은예술창작센터가 진행하는 무용 분야 유망예술지원 선정자 공연 지원 프로그램 '닻'(dot)의 일환이다. 2009년 첫선을 보였던 '신세계'를 컨테이너형 복합공간인 플래툰 쿤스트할레의 특성에 맞게 변형한 작품이다. 현대무용과 현악 5중주의 협연으로 '자신의 춤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음악과의 면밀한 협연을 끌어가는 능력을 보였다'(심정민 평론가)는 평가를 받았던 공연에 설치미술과 영상 전시, 디제잉 등을 더했다.
15일 만난 전씨는 "좋은 작품을 재공연하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레퍼토리화하는 게 곧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창작 지원이나 관객의 취향 모두 신작에 집중돼 있지만 새 작품을 만들어야만 새로운 느낌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극장을 벗어난 혁신적인 무용 예술가를 지원하는 취지의 닻 프로젝트에 지원한 것도 기존 작품을 공간 변화에 따라 변주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죠."
고교 시절 세단뛰기 육상 선수로 활동하다 우연한 계기로 무용을 하게 된 그는 '그라운드제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서는 창작 작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뉴욕필름아카데미에서 영화를 공부했고, 패션모델로도 활동했다. 이번 공연에는 독특하게 무용가들의 대사를 넣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신세계를 조금 더 이해시키고 싶었다"면서도 "관객에게 정답을 주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관심이 조금 늘었다 해도 다른 장르와 비교하면 객석은 여전히 썰렁하지만 현대무용을 향한 그의 확신은 단단하다. "인간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반응이 춤으로 형상화돼 현시대를 반영하는 기록이 현대무용이라고 생각해요. 유명하지 않다고 역사를 지울 수는 없는 것 아닌가요."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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