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시험 대체 명목으로 개발한 일명 '한국형 토플'이라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ㆍ니트)이 폐지된다. 2012년 실시된 이후 불과 네 차례의 시험 끝에 사라지게 됐다. 문제 개발과 전산시스템 구축에 들어간 371억원의 혈세만 허공에 날아갔다. 예산만 낭비하고 학생들에게 피해를 안긴 오락가락 교육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한국형 토플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며 실용영어 강화를 대표적 교육정책으로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 의해 추진됐다. 말하기ㆍ듣기 위주의 평가시험을 만들어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토록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외국 회사가 만든 토플과 토익 시험으로 국부가 유출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목표가 실현되려면 교육과정과 교과서 개편, 영어교사 양성 등 전반적인 교육체제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이런 대변혁은 불과 4~5년 만에 뚝딱 해치울 수 일이 아닌데도 졸속으로 진행됐다. 수능 영어 대체시험이 생기면 사교육비가 훨씬 늘어나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는 바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고려도 전혀 없었다.
추진 과정에서 하나 둘 문제점이 드러나자 교육부의 말도 점차 달라졌다. 2008년에는 "2013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을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가, 2010년에는 "수능 대체 여부는 2012년에 결정하며 대체된다면 2016학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정권이 바뀌자 "수능 영어 시험을 대체하면 사교육 의존 우려가 높아져 입시와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바꿨고, 결국 올 들어서 완전히 백지화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축내고 그 동안 교육부 말을 믿고 한국형 토플을 준비해온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교육부 관료들은 전임자가 한 일이라며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러니 정권이 바뀌면 입시정책이 또 달라질 것이라며 현행 제도를 불신하는 일이 당연시되고 있다. 우리 교육정책은 누구도 믿지 않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취급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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