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의 관심은 하루 종일 온통 삼성그룹의 입사시험개편에 쏠렸다. 각종 취업사이트와 SNS 등에는 삼성의 새 입사시험 제도를 놓고 논란이 이어졌다. "변별력이 높아져 삼성고시 거품이 빠지게 됐다"는 평부터, "훨씬 더 복잡해지고 문턱만 높다졌다"는 평까지 다양한 견해가 쏟아졌다.
핵심은 역시 서류전형 부활이었다. 한 이공계 학생은 "삼성은 서류전형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응시하는 경향이 많았고 이로 인해 비용부담도 컸다"면서 "차라리 다른 기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류전형 자체도 얼마든지 과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지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자기소개서를 잘 써야 서류 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면 결국 자기소개서 잘 쓰는 과외나 학원 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며 "지금도 돈을 받고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주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이공계 재학생은 "서류전형에서 출신 학교나 해외연수 경험 등은 안 보고 경진대회 참가나 동아리 활동 등을 주로 보겠다고 한다면 결국 경진대회나 동아리쪽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이 또다시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취업준비생들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보여 줄 수 있는 결과물은 수상경력이나 자격증 같은 것들 밖에 없다"면서 "서류전형을 실시하는 다른 대기업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류전형 부활이 결국 명문대 우대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시험(SSAT)을 볼 기회 자체를 서류전형으로 거른다는 것은 결국 비명문대 출신들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한 지방대 학생은 "지금까지 서류전형이 없어서 대기업 중 유일하게 삼성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이젠 삼성의 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 총ㆍ학장 추천제를 놓고도 말이 많다. 서류전형이 면제되는 추천장을 받기 위해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공대, 경영대는 '딘스리스트(학장 추천 리스트)'라는 게 있기는 하지만 나머지 대학은 새로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며 "가장 쉬운 게 학점 기준이지만 과연 대학 생활을 학점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는 반발이 생길 수 있고 다른 기준을 대자니 객관성을 확보하라는 요구들이 빗발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예원 인턴기자 (국민대 일본지역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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