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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익혀 아빠 같은 사람 꼭 살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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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의 기적… 심폐소생술 익혀 아빠 같은 사람 꼭 살려야죠"

입력
2014.01.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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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은아(47)씨는 지난해 11월 남편을 잃었다. 남편은 퇴근길 운전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졌다. 신고를 받고 7분여 만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남편의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다. 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 중 CPR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남편을 보내지 않았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5일 노원구청 별관 1층 교육장(136.6㎡ㆍ약 40평)에서 CPR을 배우는 초등학생부터 중년 여성까지 주민 20여명 사이에 김씨가 있었다. 1급 응급구조사 3명이 주말까지 매일 3회 1시간 가량 가슴 압박법, 자동제세동기 사용법 등을 가르치는데, 김씨는 교육을 돕는 민간인 지도사다. 남편을 잃은 김씨는 CPR 교육을 이수하고 올해 1월부터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날 교육에는 김씨의 딸 박미연(22)씨도 참가했다. 실습용 마네킹 가슴에 깍지 낀 두 손을 대고 "하나 둘 셋 넷" 구호를 복창하며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던 박씨는 "혹시 아버지처럼 의식을 잃은 사람을 보면 내 손으로 꼭 살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장마비 환자는 초기 4분 내 조치가 생사를 가른다. 심장정지 후 1분 안에 CPR을 하면 생존 확률이 90%에 달하지만 4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되면서 생존율은 절반으로 떨어진다. CPR을 '4분의 기적'이라고 하는 이유다. 신고 후 119구급대 도착시간이 평균 7.4분인 것을 감안하면 현장에 있던 누군가 응급조치를 시작해야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CPR 대국민 교육이 부족한 국내에서는 CPR 시행률이 1.4%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0%)에 크게 못 미친다.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CPR 전용 교육기관도 2012년 5월 문을 연 노원구가 유일하다.

교육장 개관 1년6개월의 성과는 컸다. 노원구민 60여만명 중 3만5,000여명이 교육을 받았고 CPR 시행률은 2010년 3%에서 현재 11.8%까지 급상승했다. 2012년 8월 교육 수료 2주 만에 공원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60대 남성을 CPR로 살린 박만기 노원구청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외진 공원이라 구급차가 오기까지 15분 정도가 걸려 큰일 날 뻔했다"며 "내 손으로 생명을 구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양진모 노원구청 의약과 팀장은 "노르웨이 일본 등에서는 20여년 전부터 CPR에 대한 국민운동이 시작됐다"면서 "우리나라도 빠른 시일 안에 이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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