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노력하는 자에 앞서는 게 즐기는 자다. 천재가 즐긴다면 어떨까.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지막 축제"라고 표현했다. 김연아는 15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빙상 대표선수단 미디어데이에서 "이 경기만 끝나고 나면 선수 생활이 마무리된다는 생각이 든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때와 마음가짐이 다르다"며 "부담 없이 편하게 연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축제를 홀가분하게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이라는 두 번째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 애초부터 메달 색깔보다 은퇴 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소치 올림픽이다. 김연아는 이미 세계선수권 우승, 세계 기록 작성, 올림픽 금메달 등 피겨 선수로서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IOC 조차도 최근 "김연아가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1984ㆍ1988) 이후 26년 만에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른 발등 부상 탓에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에 불참했지만, 사실상'피겨 여왕' 독주를 막을 수준 높은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였다.
김연아는 그러나 올림픽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금메달과 2연패를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어떤 결과든 후회 없이,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아는 당연히 "충분히 노력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원래 '즐기기'이전 단계가 '노력하기'다. 김연아는 "그 동안 훈련해온 것과 똑같이 스케줄을 소화할 예정"이라며 "앞선 두 대회(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종합선수권)에서 찾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정말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소화하도록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컨디션은 좋다. 연습에서 실수 없이 프로그램을 여러 번 소화해 자신감도 있다"며 "올림픽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또 "아직 출국 일정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른 대회들도 대부분 해외에서 치른 만큼 시차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 참석한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25ㆍ서울시청) 모태범(25ㆍ대한항공) 이승훈(26ㆍ대한항공)과 쇼트트랙의 기대주 심석희(17ㆍ세화여고)도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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