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15일까지 947만5,876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한 '변호인'은 평일 10만명 정도가 찾는데다 주말 관객이 평일 관객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 1,000만 클럽 가입이 확실시된다. '변호인'의 1,000만 관객 영화 등극의 의미를 숫자로 살펴봤다.
1-45세 신인감독 첫 연출작… 전례에 없는 고지 등극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45세이면서도 장편 영화 연출 이력이 전혀 없다. 보통 30대에 데뷔작을 만드는 충무로의 관례를 뒤엎은 그는 첫 연출작으로 단숨에 1,000만 고지에 오르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신인 감독 최고 흥행기록(기존엔 강형철 감독의 '과속스캔들'ㆍ824만5,523명)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배우 송강호는 단독 주연으로 1,000만 영화를 견인했다. 멀티캐스팅(주연급 배우 여럿이 등장)이 주요 흥행 요소로 자리 잡은 충무로의 최근 경향을 뒤집은 것이다.
2-'7번방의 선물' 이어 2년 연속 텐밀리언 셀러
'변호인'은 2013년 개봉작 중 '7번방의 선물'과 함께 1,000만 영화가 된다. 같은 해 개봉작 중 2편이 1,000만 영화가 된 것은 네번째다. 2003년에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쌍끌이 흥행'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1,000만 영화의 영예를 함께 차지했다. 2009년엔 '해운대'와 '아바타'가, 2012년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의 투자배급사는 뉴(NEW)다. 한 투자배급사가 1,000만 영화 2편을 배출한 것은 처음이다. 두 영화는 충무로의 신흥 강자 뉴의 위상을 대변한다.
3-송강호 작년 3편 주연 맡아 출연작 모두 '흥행 잭팟'
송강호는 '변호인'으로 한 해에 대형 흥행작 3편을 내놓는 진기한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 배우가 1년에 3편의 주연을 맡는 것도 쉽지 않은데 송강호는 출연작을 모두 잭팟으로 연결했다. '설국열차'(934만1,564명)가 여름 극장가를 주도했고 '관상'(913만3,268명)은 추석 연휴를 점령했다. 단 3편만으로 1년도 안돼 3,0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것이다. 출연작 두 편('변호인'과 '설국열차')을 역대 한국영화 흥행 10위 안에 진입시키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관상'은 11위를 기록 중이다. 송강호 주연의 '괴물'(2006)은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 자리(1,301만9,740명)를 아직 지키고 있다.
4-1000만 영화, 2년 새 4편 스크린 대호황 이끌어
'변호인'으로 충무로는 2년 연속 1,000만 영화 2편을 탄생시켰다. 2년 동안 4편의 1,000만 클럽 가입은 충무로의 대호황을 상징한다. 한국 영화는 2012년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발판 삼아 첫 1억 관객 돌파라는 유례 없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해에는 이 기록마저 넘어섰다. 1,000만 영화가 쏟아지면서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에도 변동이 일고 있다. 2년 사이 '도둑들'과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설국열차'가 10위권에 진입했고 5편이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9·10-한국영화론 아홉 번째 외화 포함 땐 열 번째 위업
올해는 '실미도'가 사상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지 만 10년이 되는 해다. 2003년 12월24일 개봉한 '실미도'는 해를 넘겨 2014년 봄 1,000만 고지에 도달했다. '변호인'은 '실미도' 이후 한국영화로는 아홉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할리우드영화로 국내 극장가 최고흥행작(1,362만4,328명)인 '아바타'를 포함하면 열번째 1,000만 영화다. 한 영화사 대표는 "'실미도'가 한국영화의 초기 산업화를 알린 작품이라면 '변호인'은 10년 동안 진화한 충무로의 산업 시스템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