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이 회고록 에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 한국이 보복을 계획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말렸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한국의 태도가 천안함 폭침에 이은 연평도 포격사건으로 바뀌었다"며 "보복계획에 공중공격과 포격이 포함됐으며 과도하게 공격적이었다"고 평했다.
게이츠 전 장관이 14일 출간한 회고록에 따르면 미국은 보복이 전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자신,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까지 며칠에 걸쳐 이명박 대통령 등을 설득했다. 게이츠는 이후 한미가 핵항모 조지 워싱턴호가 참가하는 서해 연합훈련 실시에 동의했다고 밝혀 이를 조건으로 보복계획이 철회됐음을 시사했다. 게이츠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20대의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할 만큼 호전적이란 점을 군부에게 증명하려고 저지른 소행이란 추측이 있다"고 적었다.
게이츠는 2007년 11월 서울에서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반미적이며, 아마도 다소 정신이 나간 인물"이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현실적이고 친미적"이라고 칭찬한 뒤 괄호를 넣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그가 "아시아의 최대 안보 위협은 미국과 일본"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노 전 대통령이 사용한 비외교적 용어가 이런 인상을 심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게이츠는 회고록에서 오바마, 힐러리까지 비판의 칼을 댔지만, 동맹국 정상을 비판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이츠는 2009년 3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여기자 2명의 석방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북한이 석방 특사로 전직 대통령을 요구하자 힐러리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특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카터는 인질석방 외에 북미관계 전반을 협상할 전권을 요구해 갈등을 빚었다. 카터가 "북한은 주권국가"라며, 힐러리의 사전 석방보장 요청까지 거부하면서, 특사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교체됐다.
게이츠은 책에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1차 관심이 핵 안전이란 점을 확인했다. 게이츠는 2009년 10월 쉬차이허우(徐才厚) 중국군사위 부주석을 만나 북한정권 불안을 거론하며 북의 핵무기ㆍ핵물질의 안전확보 문제를 논의하자고 말했으나 되돌아 온 것은 "북한에 대한 당신의 견해에 감사한다"는 말뿐이었다.
공군출신인 게이츠가 2007년 육군이 줄곧 차지해온 주한미군 사령관을 공군 장성으로 교체하려다, 육군이 한미전작권 전환협상을 이유로 반대해 실패한 사실도 공개됐다. 2006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게이츠의 600여쪽에 이르는 회고록 가운데 한반도 관련 내용은 50여 곳에 달했으나 이미 알려진 사실을 배경설명 없이 나열한 경우가 많았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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