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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1월 16일] 안철수 신당 성공의 조건

입력
2014.01.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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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새해 들어 급속히 지방선거 모드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 후보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자천타천 오르내리고 있고 지역 현장에서 진행된 가상대결 여론조사결과도 회자되고 있다. 정부도 지방선거를 크게 의식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경제혁신 3년 계획 후속 조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이 정책들이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6ㆍ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올해 최대 정치 이슈가 될 수 있다.

현 단계에서 6ㆍ4 지방선거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역시 안철수 신당이다. 안철수 신당이 어떤 정강ㆍ정책과 인물로 어느 정도의 국민적 호응을 얻으며 성과를 낼지는 정치권을 넘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신당에 대해 긍정보다는 한계성을 지적하는 분석이 많다.

자주 거론되는 것이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 등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를 다 내겠다고 했다. 이 경우 가뜩이나 허약한 민주당 등 야권이 선거 이후 더 지리멸렬해지는데 신당이 일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 어부지리론'을 꺼낸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으로서는 민주당과 손잡고 연합공천을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당선만을 목적으로 삼아 여기는 우리, 저기는 당신들이 하는 식으로 나눠먹는 것은 신당이 추구하는 새정치의 모습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 막판 판세에 따라 당 차원이나 후보 차원의 어떤 정치적 결단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야당과 긴장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당의 정체성 설정도 어려운 문제다. 정치 지형상 안철수 신당은 중도지대에 안착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지지층 중 상대적으로 충성심이 약한 중도 성향과 합리적 보수 성향 유권자를 공략하고 무기력한 야당과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중도ㆍ진보 성향 유권자까지 함께 잡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들을 흡인할 정책인데, 안철수 의원은 기초연금, 국정원 개혁, 북한 문제, 철도노조 파업 등 핵심 이슈에서 나름의 정책과 대안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느리다 싶을 만큼 과도하게 신중한 자세가 한 원인이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추구하는 새정치와 어느 쪽도 아닌 중간지대를 유지하려는 데서 오는 모호함이 결정적이다. 그 모호함은 때론 합리적으로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슈마다 이념과 진영논리가 격돌하는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거나 무기력한 세력으로 비칠 공산이 크다. 사안마다 오락가락한다는 비난을 사거나, 도대체 정체가 뭐냐는 근본적 물음에 직면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중도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답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인지도도 높고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한다면 이런 제약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로선 녹록치 않아 보인다. 어제 공개된 새정치추진위원 8명도 참신성과 전문성은 있지만 안철수 신당이 대중적 지지를 얻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는 안철수 신당이 공들이고 있는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의미고, 그것은 역시 신당의 정체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과 맞닿아 있다. 안철수 신당이 영입하려던 전직 장관이 "신당으론 승리할 수 없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안철수 신당의 현재 입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렇다고 미리 안철수 신당의 성공이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섣부르다. 안철수 신당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선택지도 열려 있다. 한번도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안철수식 리더십과 지역적 색채가 없다는 점을 무기로 기성 정당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안철수 신당이 높은 곳에서 정국 전반을 두루두루 크게 보지 않은 채 마냥 새정치 프레임에만 갇힌다면 결과는 기대보다 초라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의 운명은 결국 야당관계, 정체성, 인재영입, 이 세가지 한계점을 어떤 정치력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황상진 편집국 부국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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