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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숙자 폭행 치사 경찰 무죄평결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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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숙자 폭행 치사 경찰 무죄평결에 시끌

입력
2014.01.1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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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가 때아닌 인권 문제로 시끄럽다.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이 2011년 노숙자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2급 살인죄)로 기소된 경찰관 2명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평결 이튿날인 14일 오렌지카운티의 플러턴 시내는 법원 평결에 반대하는 시위로 밤새 몸살을 앓았다. 많은 시민들이 켈리 토머스(당시 37세)가 폭행 당한 현장 인근 플러턴 시내버스 정류장에 모여 들었다. 150명이 넘는 시민들은 경찰 폭행 희생자들의 재판을 요구하는 청원서에 서명하기 위해 1시간 넘게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켈리 토머스에게 정의를'이라고 적힌 플래카드 옆을 지나가는 차량들은 동참의 의미로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가 살인을 하면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지만 경찰은 살인을 해도 그냥 걸어나간다"고 분노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연방 경찰이 경찰관 2명을 인권침해로 기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렌지카운티에 인권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은 2011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7월 플러턴 경찰국 소속 경찰관 마누엘 라모스와 제이 시시넬리는 정류장 인근에서 노숙자였던 토머스를 주먹과 곤봉으로 마구 때려 중상을 입혔고, 토머스는 닷새 뒤 병원에서 숨졌다. 이들은 당시 절도 신고가 들어와 주변을 검문 중이었다.

라모스를 비롯한 경찰관 6명이 토머스를 무차별 폭행한 장면은 많은 시민들에게 목격됐고, 폭행 장면을 찍은 동영상도 급속히 퍼져 나가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당시 토머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폭행당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노숙해 시민들에게도 낯익은 얼굴이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격분한 시민들은 플러턴 경찰서와 시청 앞에서 경찰관 처벌과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오렌지카운티 검찰은 라모스와 시시넬리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이번 배심원 평결은 증인 25명의 증언을 3주에 걸쳐 청취한 뒤 이뤄졌다. 특히 검찰 측은 토머스가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32분 분량의 동영상도 공개했다. 여기에는 라모스가 양손에 장갑을 끼면서 "이 주먹이 보이지? 오늘 죽도록 맞아봐"라고 협박한 뒤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토머스가 경찰의 정당한 검문에 응하지 않았고, 폭력 행사는 정당한 법 집행에 반항하는 용의자를 제압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변호를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토머스의 사인이 경찰 폭행이 아닌 마약 중독에 따른 심장마비라는 변호인 측 주장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부친인 론 토머스는 "어떻게 무죄 평결이 나왔는지 배심원들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정의가 실현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LA 지국은 "토머스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연방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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