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고노 요헤이 일본 관방장관이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 '고노 담화(談話)'다. 골자는 위안소가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ㆍ운영됐다는 것, 위안부 모집은 감언과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사례가 많았고, 일본 관헌의 직접 가담이 명확하다는 것 등이다. 또한 위안소 생활 역시 강제적이었으며, 참혹했다고 명시해 군대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명확히 인정했다.
■ 일본 정부는 당시 "허다한 고통과, 심신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께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올린다"고 했다. 아울러 "역사의 사실을 회피하지 않고 교훈으로 직시해 가고 싶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일본 우익은 담화에 불복하며 딴소리를 해왔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극우정당인 일본 유신회 대표이기도 한 그는 "업자들에 의한 강제연행은 있었을지 모르지만, 국가의 의지로 여성을 강제로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고 주장한다.
■ 하시모토의 주장은 2007년 1차 아베 정권 때 "일본군과 관헌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는 없다"는 각의결정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고노 담화를 부인한 셈이다. 아베 정권은 지금도 겉으론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실제론 그걸 부정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 지난해 10월엔 1944년 자바섬에서 일본군이 억류 중이던 네덜란드 여성 20여 명을 위안소로 연행해 매춘을 강요했다는 내용의 '스마랑 사건' 판결 기록에 대해, "군,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직접 보여주는 기술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강제성을 부인했다.
■ 아베 정권이 주장하는 증거란, '일본 헌병이 채찍으로 때리며 위안부들을 끌고 부산항에 도착했다'는 식의 헌병대 기록 같은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집 때는 물론, 위안소 생활에서도 강압과 강제성이 명백히 있었고 그 체제에 일본군이 간여한 게 사실인데도 엉뚱한 증거 타령을 하는 건 비열하기 짝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현재 일본 지도자들이 고노 담화 등을 승계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달라"고 촉구했지만, 현재 일본 지도자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가 될 듯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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