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이 세계사적으로 정당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동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 확산이 필요합니다.”
32년간 동학 연구에 전념해온 박맹수(59)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가 동학사상의 대중화를 위해 동학농민혁명 전적지의 근대문화유산화와 대하소설ㆍ대하드라마 제작 작업을 직접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박 교수는 15일 “동학이 저항과 투쟁의 사상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생명과 삶의 사상”이라며 “현재 30만 농민군의 명예회복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동학이 꿈꾸던 세상이나 동학 정신과 사상의 복권은 요원한 상태여서 이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알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여성운동가 15명과 협업을 통해 15권짜리 동학사상과 농민혁명에 대한 대하소설을 집필 중에 있다. 동학이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적 양성평등 사상을 제시했기 때문에 모두 여성들로 필진을 꾸렸다. 박 교수는 “현재 각자 1권씩 집필하고 있으며 8월말이면 초고가 나올 예정”이라며 “대하드라마는 책이 나온 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박 교수는 원불교 교무를 꿈꿨으나, 1983년 장교 복무 시절에 광주민주화항쟁 사실을 알면서 부채 의식과 역사 지식의 빈곤함을 느껴 동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혁명과 중국 태평천국 운동에 버금가는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민초에 의한 혁명”이라며 “이는 전라도 고부에 국한된 게 아니라 조선 팔도에 거친 거대한 변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왜 이 시점에 동학사상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19세기는 백성들이 자각해 ‘내 힘으로 역사를 만들어가고 바꿀 수 있다’는 의식이 급격히 향상된 시기였다”며 “민초의 힘과 민중의 성장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기에 요즘같이 ‘철학이 없는 시대’에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잘 살리면 21세기 우리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특히‘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나카츠카 아키라(中塚 明) 나라(奈良)여자대학 명예교수 등 일본 시민운동가들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매년 답사하는 등 한일 풀뿌리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와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또 나카츠카 교수와 함께 지난해 ‘동학농민전쟁과 일본’이란 책을 출간해, 오는 3월 한국어 번역판도 낼 예정이다. 이 저서는 일본 학계에서는 처음으로 일본군의 농민군학살 진상을 학문적으로 밝힌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동학농민혁명 당시 조선 인구 1,050만명 중 4분의 1인 200만~300만명이 동학에 참여했고 이 중 30만명이 희생됐다”며 “만약 당시 일본의 개입이 없었다면 남북분단도 안 되는 등 우리 역사가 긍정적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어“동학농민혁명에서 엄청난 희생이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최근 교학사 사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익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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