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중학생 아들 방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잠적했던 비정한 부부가 4일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주식투자 실패로 100억원대의 손실을 입어 투자자들에게 이자조차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남 목포경찰서는 아들 몰래 번개탄을 피우고 자취를 감춘 A(50)씨 부부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5일 밝혔다. 잠적했던 이들은 14일 전남 나주시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검거됐다.
이들 부부는 대학에 합격한 딸(19)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아들 방에만 번개탄을 피운 뒤 자신들도 자살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아들은 가스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깬 딸의 구조요청으로 병원에 옮겨져 목숨을 구했다.
자살을 결심했던 부부는 잠적한 당일 오전 딸과 마지막 통화를 하던 중 아들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전남 고흥, 벌교, 나주 등을 옮겨 다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1999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해 한 때 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다니다 그만둔 부인 B(51)씨가 주식에 손을 댔고, 수익률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친척과 지인 등 돈을 맡기는 투자자가 늘었다. 처음 3~4년간은 적게는 7%에서 많게는 30%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안겨주기도 했다. 남편 A씨도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부인의 뒷바라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수익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엔 외국 회사를 인수해 수익을 내겠다며 끌어모은 20억원으로 일부 빚을 갚는 등 '돌려막기'에 시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주식에 쏟아 부은 돈은 1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A씨 부부는 승용차 안이나 모텔에서 잠을 잤으며 자살을 위해 구입했던 번개탄 2장은 자동차에서 발견됐다"며 "이들 부부에게 주식 투자 사기로 피해봤다는 3건의 고소장이 접수돼 있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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