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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듯 가녀린 감성… 복고적 선율로 사랑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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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 듯 가녀린 감성… 복고적 선율로 사랑 노래

입력
2014.01.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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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유희열' '남자 이소라'

정준일(31)이 어떤 음악을 하는지 설명하려면 우선 잘 알려진 누군가를 끌어들여야 한다. 가요계에 데뷔한 지 5년이 됐지만 제목을 대면 알 만한 히트곡이 아직은 없다. 3인조 록 밴드 메이트의 일원이라는 사실 역시 대중에겐 낯설다.

무명가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열혈 팬들이 적잖다. 마지막 연예사병으로 지난해 10월 말 제대한 직후 열었던 소극장 콘서트는 19회 전석 매진되고 심지어 고가의 암표까지 나돌았다. 16일 발매된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보고 싶었어요'도 예약 판매만으로 주요 온라인서점 인디 부문 음반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앨범 발매 직전 만난 정준일은 새 앨범에 대해 "오케스트라 연주를 담는 등 1집에 비해 화려한 편성을 썼다"며 "제작비 때문에 실제 악기 연주를 쓰는 일이 흔치 않지만 모든 소리를 실제 악기 그대로 담아내려 했다"고 했다. 메이트에서 보컬과 건반을 맡았던 그는 두 번째 솔로 앨범에 타이틀 곡 '고백'을 비롯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만든 9곡을 담았다.

"미국 여성 포크 가수 조니 미첼에게서 영향 받아 만든 앨범입니다. 원래는 별 관심이 없던 음악인인데 어느 날 문득 그의 음악에서 제가 간과했던 소리가 들렸어요. 악기로 연주하는 깊은 울림이 있는 음악, 좋은 연주자, 좋은 악기, 좋은 엔지니어가 만든 음악. 저도 그런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금세 깨질 듯 가녀린 감성을 담은 곡들은 대체로 사랑에 관해 노래한다.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복고적 선율이 주를 이룬다. 그는 사운드의 질감이나 비트를 강조한 요즘 음악보다 멜로디 중심의 1980, 90년대 음악이 좋다고 했다. 이승환, 김동률, 신승훈, 유재하, 유희열, 윤종신, 이적, 이소라 등을 좋아한다는 그는 "그들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내 음악의 바탕이 됐다"고 했다.

두꺼운 검정 뿔테 안경이 모범생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는 질풍노도의 20대를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합격 통보를 받고도 재수를 선택했으나 결국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갔다.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지만 졸업 후엔 가난한 무명 재즈 피아니스트로 살았다.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 상처도 있다. 메이트로 데뷔하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무명 연주자로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은 각자 솔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메이트를 해체한 건 아닙니다. 마음만 맞으면 언제든 다시 활동할 수 있어요. 올해 메이트로 다시 활동하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곡이 모여야 앨범을 만들 수 있으니 일단 곡을 써보자는 얘기까지 했어요. 메이트에선 음악적으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가보고 싶어요. 솔로 앨범을 듣기 쉬운 음악으로 만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뒤늦게 병역 의무를 마치고 나니 그도 이제 30대가 됐다. 음악을 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나이다. "책임감 같은 걸 느끼며 살아본 적이 별로 없는데 이제 제 삶에 대한 책임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가족뿐 아니라 주위에 챙겨야 하는 사람이 차츰 생기더라고요. 좋은 음악가로서, 좋은 친구로서, 좋은 아들로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요. 제 욕망만 앞세울 순 없으니 이성적인 것도 따지면서 천천히 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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