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ㆍ감청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이번엔 전 세계 10만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깔아 수년간 감시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해 들어서도 'NSA 악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달 NSA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가 14일 입수한 NSA 내부 문서 등에 따르면 NSA는 최소한 2008년부터 컴퓨터에 몰래 심어진 USB 카드나 작은 회로에서 발신되는 비밀 무선주파수를 활용해 다른 나라 컴퓨터에 감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NSA는 이를 이용해 컴퓨터가 인터넷에 접속돼 있지 않아도 첩보활동은 물론 역으로 사이버공격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퀀텀'이라고 명명된 이 활동의 주 타깃은 중국군. 그러나 러시아군, 멕시코 경찰, 유럽연합(EU) 내 통상조직은 물론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파키스탄 등의 컴퓨터 네트워크 역시 NSA의 감시대상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는 그 동안 어떤 정보기관도 하지 못했던 방대하고 정교한 침투"라면서 "미국에 전례 없는 감시통로(window)를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다만, 이 신문은 NSA가 미국 내에서 이 프로그램이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감시활동을 벌인 증거는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바니 바인스 NSA 대변인은 "NSA는 일정 조건을 엄수하며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을 대상으로 감시해왔다"며 "이를 이용해 다른 나라 기업의 기밀을 훔쳐 미국 기업에게 넘기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오는 17일 법무부에서 예정된 연설에서 지난달 대통령자문위원회가 권고한 40여개의 NSA 개혁안 중 어떤 것을 수용할지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안 중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결함을 활용해 사이버 감시를 하는 행위나 몰래 프로그램을 심어놓는 방법으로 컴퓨터 시스템을 지켜보는 기술의 개발을 제약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NSA의 개인 통화기록 수집과 저장을 중단하고 통화기록 관리를 통신회사나 제3의 민간기구에 맡기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AP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통화기록을 NSA 외부로 옮기는 방안에 찬성하겠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의회에 마련토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 상ㆍ하 양원 세출위원회는 2014회계연도 정부지출 규모를 합의하는 조건으로 NSA가 그 동안 어떻게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의 정보를 불법 수집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 비공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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