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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연비 좋다는데… 하이브리드 고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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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연비 좋다는데… 하이브리드 고전 왜?

입력
2014.01.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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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다. 힘도 좋은데 기름까지 적게 먹는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인기는 왜 신통치 않은 걸까.

물론 일반 자동차에다 전기모터와 대용량 배터리를 추가한 탓에 약간은 비싸다. 그렇다 해도 연비가 주는 기름값 절감효과를 생각하면 하이브리드 차의 인기는 치솟아야 정상이다. 자동차 회사들의 말 대로라면 월등히 높은 연비 덕분에 2~3년만 타면 일반 가솔린차량 가격과 차액(300만원 정도)을 뽑고도 남는다.

현재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종에 육박한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아반떼 쏘나타 K5 에 이어 지난달엔 그랜저와 K7도 하이브리드 대열에 가세했다. 한국지엠의 알페온 e어시스트도 있다.

수입차의 선택폭은 더 크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하이브리드의 대명사 격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비롯해 캠리, 렉서스 ES300h, RX450h가 있고, 혼다에서도 시빅 하이브리드가 판매되고 있다. 세단, 해치백, SUV 등 모양도 다양하고, 그 중에서도 세단은 소형, 중형, 준대형, 대형 등 폭 넓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한번쯤은 자동차 매장에서 '하이브리드를 살까'하는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최종 계약까지 가는 비율은 여전히 낮다. 지난해 현대ㆍ기아차는 국내에서 2만2,053대를 하이브리드 모델로 판매하는데 그쳤다. 판매차량 100대 중 2대 꼴에 불과하다. 이런 분위기는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여서 2012년 4.8%에 달했던 하이브리드 차량 비율은 지난해 3.7%로 급락했다.

일선 판매 현장과 하이브리드차 운전자, 각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이브리드의 부진 이유로는 일명 '뻥 연비'로 불리는 공식연비와 실제연비의 괴리가 첫 손에 꼽힌다. 예컨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2011년 출시 당시 표시된 공인연비는 리터당 21.0㎞에 달했지만 실제 주행에선 웬만해서 15㎞대 기록을 세우기 힘든 게 현실이었다. 이후 실제연비에 기초한 새로운 연비기준이 도입돼 16.8㎞로 하향 수정됐지만, 아직도 체감괴리는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반면 하이브리드 기술에 관한 한 가장 많은 특허 기술로 무장한 도요타의 실제연비는 공인연비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식연비가 리터당 21㎞인 프리우스나 렉서스 ES300h등을 실제로 몰아도 공식연비(16.4㎞) 수준의 연비를 보인다. 렉서스의 지난해 판매 차량 60%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차이를 지적한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기모터를 일렬로 두는 '직병렬형'인데 비해, 국내 업체들은 도요타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두 기관이 따로 도는 '병렬형'을 채택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직병렬형은 엔진과 전기모터가 사실상 한 몸이 되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높다. 도요타의 실제 연비가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운전실력이나 습관 탓도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제대로 된 연비를 내려면, '하이브리드형 운전법'이 필요하다. 하이브리드 차는 기본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과정에서 소실되는 운동에너지를 배터리에 담아뒀다가 연료소모가 많은 출발이나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속 주행시 모터를 돌려 연비를 높이는 방식인데, 이를 위해선 일반 가솔린차량과는 다른 운전습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연료 아닌 전기로 움직이는 구간을 최대한 늘리는 게 핵심인 이 운전법은 급가속을 피해 엔진시동을 최대한 줄이고, 감속 시에도 전방의 적색 신호등 등을 보다 일찍 파악해 브레이크에 보다 오랫동안 발을 올려놓음으로써 더 많은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김필수 대림대학 교수는 "하이브리드 기술은 급가속과 급감속을 줄여야 그 효과가 극대화 된다"며 "20년 가까이 된 일본과 달리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문화가 3년밖에 되지 않아 하이브리드 운전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근거 없는 오해도 있다. 몇 년 타다가 수백 만원을 주고 배터리를 갈아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도요타 관계자는 "1997년 프리우스 출시 후 배터리가 문제됐던 적은 없다. 오스트리아에서 택시로 운행하고 있는 2세대 프리우스가 지난달 누적주행 100만㎞를 기록했는데 정기적인 소모품 교체 외 특별한 수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이 같은 유언비어 때문에 하이브리드 시스템 관련 부품은 보증기간을 10년(20만㎞)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결론적으로 그렇다면 하이브리드를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일단 아무리 공인연비와 실연비의 괴리가 있어도 가솔린 차량보다 연비가 20~30% 높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김 교수는 "주행거리가 많은 운전자, 그러면서도 비교적 차를 얌전히 모는 운전자라면 하이브리드를 사도 좋을 것"이라며 "반면 동네에서나 쓰는 세컨드카 용도나, 속도를 즐기고 싶은 운전자라면 일반차량이 낫다"?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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