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3일 거당적으로 '바른 역사교과서 만들기 추진단'(추진단)을 꾸리기로 한 것을 두고 '우경화 몰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의 친일ㆍ독재 미화 논란을 전후로 한 여권의 대응방식이 일본 극우진영의 역사왜곡 과정과 여러 측면에서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추진단을 상당히 광범위하게 꾸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제6정조위원장은 당내 인사의 참여 범위에 대해 "소속 상임위원회와 무관하게 문호를 개방하고 관심을 갖고 있는 중진의원들에게도 적극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의 당정협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근현대사 역사교실'(역사교실)이 함께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역의원만 100여명이 참여한 역사교실이 결합할 경우 추진단 활동은 사실상 당력이 총동원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 역사교실 자문을 맡고 있는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교학사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 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08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극찬했던 이른바 '대안교과서' 제작에 관여한 뉴라이트 계열 보수학자들과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가 교과서 발행 과정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점을 감안하면 추진단은 실질적인 민ㆍ관ㆍ정 공동기구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선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해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궤적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민당 의원시절이던 1993년 새역모의 모태가 된 '역사검토위원회'의 창립 멤버다. 역사검토위는 "교과서 기술을 시정하기 위한 싸움이 필요하다"면서 창립 직후부터 1995년 2월까지 19명의 극우 성향의 강사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모임은 도쿄재판사관을 거부하고 침략전쟁과 주변국 민간인 학살을 정당화했고, 이를 주장하는 역사학자들을 적극 지원했다.
추진단의 핵심 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역사교실도 창립총회에서 '좌파와의 역사 전쟁'을 천명했고, 보수를 넘어 극우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 학자들의 특강을 연이어 개최했다. 강연자들은 대통령 직속 이념ㆍ문화담당 특보 설치, 대한민국사편찬법 제정, 우파진영의 역사학계 진지 구축, 문화계 좌파인사 척결 등을 스스럼없이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식민지근대화론과 개발독재 정당화 논란에 휩싸인 인사들이었다.
이로 미뤄볼 때 추진단 구성은 새역모를 모델 삼아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한 역사학계 인사는 "추진단 구성 방침은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거친 극우보수진영의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끝이 날 수 없는 역사 전쟁으로 극심한 국론분열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추진단 구성과 관련해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방침이 없다"고 전제한 뒤 "역사교과서 발행 체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법ㆍ제도 정비를 통해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를 새역모와 비교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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