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재판이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범위를 확정하지 못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측은 "계정 일부가 문제라도 트위터 글 전체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계정 16%는 국정원 것 아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의 심리로 진행된 원 전 원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은 "3주 정도 시간을 주면 변호인 측이 문제 제기한 일부 계정뿐 아니라 나머지 계정에 대해서도 의심을 갖지 않도록 재판부에 최종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 들여 2월에 계정 범위를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민간 빅데이터 업체에서 넘겨 받은 2011년 1월~2012년 12월 정치ㆍ선거 관련 트위터 글 수천만 건 가운데, 국정원 직원의 메일에서 확인된 383개 트위터 계정에서 작성한 글과 동일한 글이 3개 이상 계정을 통해 2회 이상 동시에 트윗 또는 리트윗 된 경우 국정원 그룹 계정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 계정은 2,653개로 확대됐고 121만 건의 트위터 글을 공소 사실에 추가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 측 김승식 변호사는 "검찰이 제시한 2차 계정(국정원 메일에서 확인된 383개를 제외한 2,270개) 중 500개 정도를 살펴본 결과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는 등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보기 어려운 계정이 30개 가까이 됐다"며 "검찰 논리에 중대한 허점이 드러난 만큼 대부분의 트위터 글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즉 검찰이 제시한 트위터 계정의 16% 가량은 국정원과 관련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3주 간의 보강 수사를 통해 얼마나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내놓을 지가 향후 재판의 관건이다.
트위터 본사 직접수사 못한 한계
국정원 트위터 계정의 진위가 논란이 된 것은 검찰 수사의 현실적 제약에서 비롯됐다. 미국 트위터 본사에 대한 수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계정 실제 사용자의 신분을 확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법무부를 통해 트위터 본사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이 때문에 민간 빅데이터 업체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도 검찰과 변호인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변호인 측은 민간 업체를 통해 수집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계정과 글은 '불법적으로 수집한 개인정보'에 해당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외국의 입법례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압 및 항명 논란으로 윤석열 전 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이 징계를 받는 등 수사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점도 재판 준비 부족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월 법관 인사로 재판 지연될 듯
원 전 원장 등은 당초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한 정치ㆍ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7월부터 총 21회의 재판과 4회의 준비기일이 진행됐다. 그러나 중간에 트위터 혐의가 추가돼 2차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면서 ▦정치ㆍ선거 개입 활동에 대한 원 전 원장의 직접 지시 여부 ▦트위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들의 증인 신문 ▦해당 트위터 글이 실제 정치ㆍ선거 개입에 해당하는 지 등 주요 쟁점이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더구나 2월 중순으로 예정된 법관 정기인사에서 재판부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새 재판부가 사건을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려 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법원은 이 사건의 주심 판사(배석)를 재판부에 남겨두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검찰 인사에서 대전고검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박형철 부팀장(부장검사)이 계속 재판을 담당할 지도 미지수다. 통상 주요 공판의 경우 해당 검사가 다른 곳으로 발령 나도 공소유지를 계속 담당한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혀 일각에서는 검찰이 국정원 사건 공소유지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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