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즐기려고 주차와 화장실 앞에서 몇 시간이나 기다렸다." "1홀에 2만원이나 준 송어낚시터에 송어는 구경도 못했다." 암산얼음축제를 다녀 온 관광객들이 안동시청 홈페이지나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기다.
안동시가 주최하는 암산얼음축제가 '대박'을 냈지만 부족한 편의시설과 미숙한 운영에다 바가지상혼까지 겹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안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날린다는 지적이다.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안동시 남후면 암산유원지에서 지난 11일 개막, 15일까지 열리는 암산얼음축제에 주말 2일간 2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강원도 등 먼 곳의 얼음축제장을 찾기 어려운 영남권 관광객을 중심으로 겨울방학을 맞은 가족단위관광객 등이 대거 찾아 얼음썰매를 지치거나 빙어ㆍ송어낚시, 팽이치기, 제기차기, 투호놀이 등 각종 체험을 즐겼다. 암산유원지는 두껍고 단단한 양질의 얼음이 1㎞ 이상 펼쳐져 강원도를 능가하는 빙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축제는 입구부터 고역이었다. 중앙고속도로 남안동IC에서 축제장까지 약 9㎞ 구간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행사장 주변 논밭 등에 모두 8,000대 가량 댈 수 있는 주차장을 확보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부 차량에는 주차단속 경고장을 붙여 반발을 사기도 했다.
포항에서 축제장을 찾았다는 한 관광객은 "부족한 주차장도 문제지만 불친절한 주차요원 때문에 기분을 잡쳤다"며 "준비 안 된 행사"라고 꼬집었다.
화장실은 한마디로 더 기가 막힌다. 일요일인 12일에는 10만명이나 되는 인파가 몰렸는데 남녀 각각 11칸밖에 없었다. 남자 3칸, 여자 3칸짜리 대형 임시화장실 2개, 남녀 1개씩 있는 소형 5개가 전부였다. 남자들은 주변 수풀 같은 데서 '볼일'을 보았고, 여자들은 1시간씩 기다리기 일쑤였다.
바가지상혼도 논란거리다. 안동시는 얼음 구멍 하나에 빙어는 1만원, 송어는 2만원의 입장료를 받으면서 낚시 도구는 별도로 판매했다. 이용자에 비해 물고기를 턱없이 적어 대다수 이용객들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모(45ㆍ대구 남구)씨는 "지난해 화천산천어축제장에서는 일행 대부분이 한 두 마리는 잡았는데, 암산에서는 하루 종일 구경도 못했다"며 "비용을 아끼려고 양식송어를 제대로 넣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문화관광전문가는 "안동 암산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겨울 관광지이지만 대규모 축제를 열려면 화장실과 주차장 등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준비 안 된 억지행사는 안동홍보는커녕 되레 안동을 욕보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려 관광객들의 불편이 많았다"며 "내년에는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확충해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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