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의 연봉 삭감을 둘러싸고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이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당국의 삭감 요구에 금융회사들은 "합당한 근거 없이 당국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반감을 숨기지 않으며 임원 보상체제 개선안 제출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작년 실적 부진과 각종 부실 등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그룹 경영진이 연봉 삭감 등 고통분담을 이행하지 않자 실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미 작년 하반기에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를 포함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임원의 불합리한 연봉에 대해전수 조사를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개선안을 제출한 곳은 지방은행 1곳뿐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적 부진이나 대형 금융사고 이후 높은 연봉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금융회사들은 급여 일부를 기부하거나 반납하며 위기를 모면해왔다"며 "개선안을 제출하지 않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정밀 점검을 벌여 강력히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과가 좋지 않을 때조차 연봉이 상승하는 성과체계가 문제라고 판단한다. 지난해 감독당국이 성과보상체계 모범규준을 적용 받는 65개 금융회사를 조사한 결과,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의 연평균 보수는 약 15억원이었다.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이 약 2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가 20억원, 은행이 18억원, 금융투자사가 16억원이었다.
당국이 강한 어조로 임원연봉 개선안 마련을 거듭 촉구하자, 금융회사들은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당국의 지적대로 이익금 규모와 임금 급여를 연동시키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악화되면 성과급이 떨어지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제출 시한이 넘도록 개선방안을 제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임원 연봉 체계 변경의 경우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는 시일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도 당국의 지시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당국이 명확한 기준 없이 임원 보수를 대폭 축소하라고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작년 성과 연동안을 들고 감독당국을 찾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OK 사인이 나지 않았다"며 "성과 연동이라는 모호한 방안보다는 5억원 10억원 등 눈에 보이는 정량적인 축소 목표치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 연봉이 삼성 임원보다도 못한 수준인데 당국이 삼성 임원 연봉이 과도하다고 깎으라고 하느냐"며 "금융회사들은 '편하게 이자놀이 하면서 고액 연봉만 챙긴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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