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빌딩가 인도. 행인들은 갑자기 인도를 치고 들어오는 차량을 이리저리 피해 보행을 해야 했다. '발레 파킹'(주차 대행) 업자들이 천막에 주차 간판까지 내걸고 불법 '인도 주차' 영업을 하고 있는 탓이다. 인도와 차도 경계에는 차량 진입을 막는 구조물 '볼라드'가 설치돼 있지만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강남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공유지인 인도에 주차를 해주고 돈을 받는 '봉이 김선달'식 업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 강남경찰서와 관내 건물 관리업체 등에 따르면 이들은 식당 카페 유흥주점 등과 계약을 맺고 업소별로 주차 대수에 따라 월 30만~300만원의 관리비를 받고 있다. 한번 주차하는데도 2,000원~1만원의 주차비를 받는다. 강남구 내 도산대로, 압구정로, 삼성로 등에 몰려 있는 불법 주차 대행업체는 60여곳에 달한다. 한 경찰관은 "대행 없이 직접 주차를 해도 주차비를 달라고 한다"며 "업자들은 주차장 영업 허가도 없이 연간 수천만~수억원의 수익을 세금 한푼 안 내고 챙긴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이 극성을 부리는 데는 지방자치단체가 '볼라드'를 허술하게 설치한 탓이 크다. 강남구만 해도 도산대로 377개, 압구정로 299개, 삼성로 355개를 설치했으나 볼라드 옆으로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무용지물이었다. 일부 거리에서는 주차 대행업자들이 차량 진출입구를 내려고 볼라드 윗부분을 훼손해 밑동만 남은 것도 눈에 띄었다. 볼라드 제작ㆍ설치 비용은 개당 30여만원. 강남구가 도산대로 등에 최소 3억원을 들여 만든 구조물이 실제 목적을 잃고 거추장스런 장식물로 전락한 것이다.
일부 건물 입주업체들은 인도를 주차장으로 쓰기도 한다. 수입차 매장 서너 곳은 인도에 주차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주차공간을 구분하는 블록까지 설치했다. 고객이 주차를 하다 건물 외벽 유리를 깨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인도에 멈춤 턱을 붙인 곳도 여럿 있었다.
인도에 주차된 차량을 치워달라는 민원이 빗발치지만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는 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경찰은 지난해 5월 폐쇄회로(CC)TV 불법주차 단속을 피하기 위해 자동차 번호판을 가린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로 26개 업체, 36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불법 주차 대행업체는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시 영업에 나섰다.
구청의 단속 의지도 없어 보인다. 강남구 내 인도 불법 주차는 하루 1,000여대가 넘지만 지난해 구청 단속건수는 1만8,490건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청이 좀더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이제라도 차량이 인도에 드나들 수 없게 볼라드를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손현성기자 hshs@hk.co.kr
윤희수 인턴기자(덕성여대 정치외교학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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