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승진시험 문제 유출 대가로 돈을 주고받은 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1997년부터 문제 유출이 이뤄졌으며 비리에 가담한 인원이 모두 61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은 한국농어촌공사 승진시험 문제 유출 관련 사건 연루자들을 형사처분 했다.
13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 한국생산성본부 사회능력개발원 리크루트센터장 엄모(56ㆍ구속)씨는 지난 2008년부터 3차례에 걸쳐 농어촌공사 세종대전금산지사 소속 윤모(53ㆍ구속)씨로부터 돈을 받고 농어촌공사 승진(3급)과 정규직 내부채용(5급) 시험 문제를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를 빼낸 윤씨는 다른 직원 윤모(53ㆍ구속)씨와 함께 돈벌이에 나서 자신과 친분이 있던 다른 직원들에게 접근해 1명당 1,000만원 가량을 받고 문제를 넘겨줘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이 받아 챙긴 돈은 지난해까지 6억950만원, 부정 합격한 사람은 57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 2010년 3급 기계ㆍ전기시험은 합격자의 100%가 부정 응시생이었고 윤씨 등은 문제를 넘겨주기로 한 직원에게 '술을 끊어라' '1∼2문제만 틀려라'라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1억5,000만원을 최초 유포자인 엄씨에게 주고, 나머지는 대부분 자신이 사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윤씨는 농지개량조합,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가 통합해 출범한 농어촌공사 내에서 자신이 속했던 연합회의 세력을 키우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결국 시험의 공정성을 위해 거액을 들여 외부 전문기관에 시험 관리를 맡겼음에도 문제유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된 셈이다.
경찰은 돈을 건네고 문제를 받은 응시자 25명 가운데 업무방해와 배임증재 등 관련 혐의 인정 여부에 따라 윤모(45)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밖에 공소시효가 완료돼 형사 입건할 수 없는 2007년 이전 응시생 30명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조대현 충남경찰청 수사2계장은 "외부 전문기관에 공정한 시험관리를 맡겼으나 내부 구성원이 담당자와 마음먹고 시험문제를 유출하는 상황에는 무방비였다"며 "내부 감사와 자정 기능 확보 등 투명한 시험관리를 위한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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