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죽음 앞에서 나를 잡아준 건 아프리카 소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죽음 앞에서 나를 잡아준 건 아프리카 소년"

입력
2014.01.13 12:02
0 0

"제 후원을 받아 준 피카두가 오히려 고맙죠. 그를 알게 돼 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었으니까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을 통해 에티오피아 소년 피카두(13)군을 올해로 6년 째 후원하고 있는 안성훈(43)씨. 그에게 피카두는 생명의 은인이다. 안 씨는 2002년'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원인 모를 희귀병을 진단 받았다. 척추부터 시작해 온 몸의 뼈 마디마디에 염증이 차올라 몸 전체가 서서히 굳어가는 병이었다.

투병생활이 길어지면서 운영하던 사업이 기울었고 주변 사람들도 서서히 그를 떠났다. 입원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6년을 버텼지만 안씨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2008년 5월 원망스런 세상과 이별하기로 결심한 그는 한강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그때였다. 안 씨의 눈에 옆자리의 한 여성이 읽고 있던 월드비전의 책자가 들어왔다. 안 씨는 "배우 김혜자씨가 케냐의 굶주린 아이들을 품에 안고 미소 짓는 모습을 본 순간 알 수 없는 기분에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옆에 있던 여성이 말없이 손수건을 건넨 순간 안 씨는 그대로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피카두와의 인연은 그날 저녁 시작됐다.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였지만 할 수 있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며 에티오피아로 매월 3만 원씩 송금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로 벌써 6년째다.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피카두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직접 고른 신발과 가방을 선물하기도 했다.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지 않으면 온몸이 퉁퉁 붓고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송금날짜인 매달 25일을 위해 안씨는 투병 이전에 활동했던 분야인 사진촬영과 광고디자인 관련 아르바이트 등 자신에게 들어오는 일거리들을 가리지 않는다. 그 덕분에 그간의 빚도 대부분 해결된 상태다.

그는 "피카두와의 인연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것"이라며 "매달 보내는 3만원이란 돈은 후원이 아닌 나를 숨 쉬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올해 1월부터 또 한 명의 에티오피아 소년 제네바드(9)군에게도 매달 3만 원씩 후원하기로 했다.

이 사연으로 지난 9일 월드비전의 제2회 후원자 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안씨는 올 상반기 중 두 소년을 만나러 직접 에티오피아로 떠난다.

사진으로만 만난 아이들을 직접 볼 생각에 벌써부터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안씨. 같은 공간에 살지는 않지만 그에게 에티오피아 소년들은 이미 친근한 가족이다.

"벼랑 끝에서 제 손을 잡아준 새로운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 낼 겁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