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에도 동물복지 개념이 도입된다. 도축 과정에서 고통에 몸부림쳐야 했던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경남 김해시 부경축산물공판장과 김해축산물공판장을 1, 2호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지정한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 도축장 시설은 주로 위생관리만 따졌는데, 하차, 계류, 기절, 피 빼기 등 도축단계마다 동물복지 요소를 추가한 것이다.
우선 가축이 하차할 바닥은 요철 재질로 바꾸고, 추락방지 턱을 마련했다. 기존엔 바닥이 미끄러워 가축이 넘어져 다치거나 계류장 밖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계류시간은 4~10시간을 적정 기준으로 세웠다.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랫동안 사료와 물을 주지 않고 방치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몰이용 전기봉 사용, 구타 등 강압적인 몰이도 해서는 안 된다. 뒤에서 방울을 계속 울려 가축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하거나, 움직이는 뒷벽을 만들어 가축을 도축장까지 천천히 밀어줘야 한다. 해체 작업의 첫 단계인 피 빼기는 가축이 완전히 기절(가축 총이나 전기충격 등)한 후 실시한다.
복지 도축은 인원과 시간이 기존 방식보다 더 들지만 가축의 부상과 스트레스를 줄여 축산물의 품질은 향상된다. 예컨대 돼지는 고기 색깔이 창백(Pale)하고 연질(Soft)이라 육즙이 쉽게 빠져나가는(Exudative) PSE육을 줄일 수 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수요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도축장은 77곳이다. 다만 사육으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곳이 아직 없어 전 생애에 걸쳐 동물복지를 누리는 가축이 나오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