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재정난으로 문을 닫았던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재단) 산하 알코올중독 치료 병원인 카프병원을 성공회대가 인수하기로 했다. 병원은 다시 열게 됐지만 한국주류산업협회(이하 주류협회)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지 않는 조건으로 세운 카프병원에서 대해 지원을 끊은 것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공회대는 지난달 30일 주류협회와 카프병원을 인수, 운영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그동안 노숙인 자활 등 사회사업을 하면서 알코올 중독의 심각성을 인식해 병원을 인수하기로 했다"며 "이사회가 2,3일 내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3월 중 병원 문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인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공회대는 주류협회로부터 경기 고양시에 있는 병원 건물과 토지, 50억원의 운영기금을 넘겨 받고 병원 근로자 41명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했다. 또 카프재단의 음주문화 기획연구, 알코올중독 예방사업 등 업무와 담당 직원 14명은 주류협회가 승계한다. 카프재단은 올 상반기 중 이사회를 열어 승계를 최종 의결하고 재단 해산 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다.
카프재단은 1990년대 말 정부가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려 하자 주류협회가 "기금을 내는 대신 법인을 만들어 알코올 폐해 방지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해 2000년 발족했다. 당시 주류협회는 "매년 50억원씩 출연하겠다"는 각서까지 썼고, 재단은 2004년 카프병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주류협회는 2011년 1월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했고, 결국 지난해 6월 카프병원이 문을 닫으며 알코올중독 환자 수십명이 거리로 내몰렸다.
정철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카프분회장은 "카프병원 정상화라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해결됐지만 주류협회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며 "술에 건강증진기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주류회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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