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승인 조치와 다르게 출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검정합격 취소 사유가 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교학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추가 수정 조치로 승인을 받은 건수는 무려 751건으로 많게는 다른 출판사의 150배에 달해 교육부의 '특혜 수정'이란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3일 교육부가 공개한 8종 교과서의 추가 수정보완 대조표와 교학사가 언론에 배포한 교과서 최종 인쇄본을 보면, 교학사는 인촌 김성수와 관련한 '이야기 한국사'(292쪽) 서술을 삭제하겠다고 보고해 지난해 12월 28~29일 수정심의회에서 승인을 받았지만 그대로 실린 채 인쇄됐다. 이 내용은 교학사 교과서의 최초 검정합격본이 공개됐을 때부터 친일행적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교육부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재서술하라'고 수정명령을 내리자 교학사가 일부 수정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23~24일 추가 수정안을 제출해 삭제하겠다고 해 승인을 받았다.
이는 검정합격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은 '내용, 체제, 지질 등이 검정한 것과 다를 때 검정의 합격을 취소하거나 1년의 범위 안에서 그 발행을 정지시킬 수 있다'(38조)고 못박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승인 내용과 교과서 최종본 내용이 다를 경우 명백히 검정합격 취소 사유가 된다"며 "그간 교학사 교과서는 검정합격을 취소할만한 사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장관이 재량권 규정을 행사하지 않아 사회적인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학사 교과서가 추가 수정 승인을 받은 내용 중에는 일본군 위안부ㆍ보도연맹 피해자 등이 제기한 배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쟁점이 된 기술 9건도 포함됐다. 교육부가 소송에서 교학사 측에 불리한 내용까지 고쳐주려 수정심의회를 연 셈이 됐다.
수정권고∙명령을 거쳐 검정 승인을 받은 교학사 교과서는 당초 교육부 고지와 달리 오ㆍ탈자 등 단순 오류가 아닌 내용까지 추가로 수정해 건수가 751건에 달했다. 다른 출판사들(5~86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 검정심의를 다시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수정심의회도 단 이틀 간 열어 '밀실 심의'에 더해 '졸속 심의'란 비판도 예상된다.
이로써 교학사 교과서의 수정 건수는 최초 검정심의 과정까지 합하면 모두 2,112건(검정심의 과정 권고 479건ㆍ자체수정 248건, 수정권고 251건, 추가 자체수정 375건, 수정명령 8건, 최종승인 후 추가수정 751건)으로 유례없는 부실을 기록한 교과서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그럼에도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은 남아있다. ▦5ㆍ16 군사정변의 원인을 장면 정부에 전가하고, "5ㆍ16군사정변이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라면서도 자유우방과의 유대 강조, 육사 생도의 지지시위, 미국의 정권 인정을 언급해 쿠데타를 미화한 서술(324쪽) ▦5ㆍ16 혁명공약과 10월 유신 선언문을 싣고 '자유 민주주의의 의미를 생각해보자'고 한 탐구활동(328~329쪽) ▦친일인사 최남선의 쓴 일종의 해명서인 '자열서'를 인용한 수행평가(297쪽) 등이 대표적이다.
학계는 교육부에 거친 성토를 쏟아냈다. 한국역사교육학회장인 양정현 부산대 교수는 "교육부의 교학사 봐주기 조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며 "고치고 고쳐도 불량품인 교과서를 끝까지 안고 가려는 교육부의 오만함과 뻔뻔함에 이 나라 교육정책의 미래가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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