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靖國 神社)는 일본 제국주의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합사된 한국인 피해자의 유족은 조국을 탄압한 가해자들과 선친의 영령이 함께 있는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해 10월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7명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국인 합사 철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진행하는 원고 측 일본인 변호사 12명 중 오오구치 아키히코(大口昭彦·69)씨 등 4명이 유족 진술을 듣기 위해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유족 6명을 심층 인터뷰했고, 국회 동북아특위 소속 민주당 유기홍 의원을 만나 야스쿠니 신사 문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야스쿠니 신사를 상대로 한 합사 철회 소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다른 유족 9명도 합사 취소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0월 2심에서 패소했다. 야스쿠니 신사가 한국인까지 합사한 것은 일종의 '종교 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이 개입할 수 없다는 궤변이었다.
이에 대해 오오구치 변호사는 13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이는 악질적 형식주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족은 아버지 혹은 오빠가 전쟁터에 끌려가 죽은 것도 모자라 가해자와 함께 합사되는 고통까지 겪고 있다"며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의 명부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소송은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지만, 지난 연말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일본의 우경화 행보 탓에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오구치 변호사는 "아베 총리가 국내외 반대에도 강행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아시아 민중은 절대 인정해선 안 된다"며 "1차 소송보다 한층 심화된 내용으로 소송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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