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교황좌에 오른 이후 파격 행보를 잇따라 선보인 교황 프란치스코가 12일 첫 추기경 인사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다시 드러냈다.
교황청 관행대로라면 성베드로 사도좌 축일(2월 22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추기경 서임식에 참석할 새 추기경 명단은 20일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교황은 이런 관행을 일주일이나 앞당겼다. 교황은 또 새 추기경에게 발표 전날 서임 사실을 알리는 전례도 깼다. 이 때문에 염수정 추기경도 서임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대변인인 허영엽 신부는 13일 "천주교주교회의, 주한 교황청 대사관은 물론 염 추기경 자신도 서임과 관련해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이렇게 갑작스럽게 발표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염 추기경께서 12일 오후 8시 20분쯤 저녁 식사 후 명동대성당 구내를 산책하다 바티칸 라디오 뉴스를 들은 지인들의 축하 전화가 걸려와 서임 사실을 알게 됐다"며 "염 추기경의 첫 반응은 당황, 당혹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염 추기경이 12일 밤 서임 소식을 들은 뒤 일부 사제들과 함께 감사기도를 하는 자리에서 "마음이 몹시 무겁고 두렵고 떨린다"는 소감을 밝힌 것도 교황의 파격적인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대교구의 한 관계자는 "교황님의 첫 인사를 겪어보니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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