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를 외국에 의존하는 근본적 한계 때문일까. 제9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에서 우리 정부 대표단이 10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그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505억원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분담금이 2013년 대비 총 4,000억원 가량 늘어나게 됐다. 우리 정부가 챙긴 건 분담금 집행 내역의 투명성 확보인데, 그마저도 미국과 이견이 생길 경우에는 우리 입장을 관철시킬 방법이 없는 내용이다.
실리를 챙긴 미국
분담금 총액만 놓고 따지면 이번 협상은 미국이 실리를 챙기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확정된 올해 분담금 9,200억원은 지난해(8,695억원)보다 5.8%(505억원) 증가한 것으로 전년 대비 500억원이 넘는 증가액은 2004년(840억원)이후 최대 규모다.
미국은 한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다방면에서 압력을 가했다. 협상 초기 기선 제압을 위해 1조원 이상의 분담금을 요구하는가 하면, 재정적자 때문에 미국 국방 예산이 매년 자동 삭감되고 있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불안정성이 커진 북한 정세와 그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필요성도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했다. 이에 따라 당초 9,000억원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우리 정부는 추가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의 구조적 문제로 지목된 분담금의 미집행과 분담금 전용 이슈에 대해서도 기존 방식대로 유지하는 등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켰다.
한국이 얻은 건, '제한된 명분'
우리는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을 일정 정도 확보한 점에서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방위비분담 종합 연간집행보고서'(매년 4월 보고)와 '현금 미집행 현황보고서'(연 2회 보고)를 새로 작성하고, 우리 정부가 국회에 적절히 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동안 제기된 분담금 사용의 불투명성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전ㆍ사후 협의를 강화하는 정도이지 양국 의견이 대립할 때 우리 측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단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미군이 사용한 분담금이 우리 경제로 최대한 흡수될 수 있도록 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정부는 군수분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한국업체 성격을 명확히 해 '무늬만 한국기업'의 사업 참여를 차단키로 했다. 또 주한 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우리 정부가 지원하는 인건비 비율을 기존 71%에서 75%로 높이기로 했다.
분담금 지급방식ㆍ협정 유효기간은 장기 과제
총액만 정하고 구체적 집행은 미국에 위임하는 현재의 '총액형' 대신 독일, 일본의 '소요형'으로 바꾸는 문제는 장기과제로 남게 됐다. 우리 정부도 협상 초기 분담금의 투명한 집행을 위해 소요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급작스런 안보 상황 변화 시 오히려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 변경을 의제로 올리지 않았다.
협정의 유효 기간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주한미군의 기지이전 사업이 2016년에 종료된다는 점을 이유로 이번 협정 유효기간을 2016년까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기지이전 사업이 정리되면 2017년부터는 군사건설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이 '기지 이전 사업이 끝나도 군사건설 수요가 많다'고 주장하는데다가, 미국 연방정부가 국방 예산을 줄곧 삭감하는 만큼 3년 후에는 분담금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5년짜리 협정이 최종 체결됐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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