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에서 미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해온 관례를 다시 용인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의 미군기지 전용 문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2007년 국회 비준 당시에 전용문제를 시정하도록 하는 부대 의견을 붙이는 등 분란이 야기됐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번에도 과거의 양해사항이라는 미국 측 입장을 뒤집지 못하고 결국 이전 사업 완료 시까지 방위비의 평택 기지 이전 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묵인했다. 이에 따라 미군의 필요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라는 이유로 미국이 전적으로 미 2사단의 평택 이전 비용을 댄다는 2002년 체결된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은 휴지조각이 됐다. 방위비 전용에 따라 거의 100%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미 2사단의 평택 이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애초 이 사단은 2001년 국가안보회의 제132차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은 2사단의 평택 이전비용을 방위비에서 대겠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했고, 정부는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이를 양해(Understanding)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02년 맺어진 LPP협정에 원인제공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 측이 돈을 내도록 했지만 이미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기지 이전을 하도록 용인돼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
이후 주한미군 당국자의 발언 등으로 분담금 전용 문제가 불거졌지만 우리 정부는 부인으로 일관했고 국회에도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러다 2007, 2008년 국회는 'SMA와 LPP 협정이 별개인 만큼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 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도 우리 측은 미 측에 개선 요구 시늉만 하다가 만 셈이 됐다. 당초의 잘못된 결정과 협상으로 인해 끝까지 미 측에 끌려 다니는 수모를 겪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미 논란을 거쳐 8차 협정에서 국회 비준을 받은 사항"이라며 "올해나 내년에도 2사단 기지 이전 비용으로 전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평화운동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유영재 미군문제팀장은 "우리 정부가 자찬하는 이번 제도 개선은 미 측의 완강한 거부에 부딪혀 분담금 전용 방지 대책 마련을 포기한 채 얻어낸, 껍데기에 불과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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