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패키지 최대 관심인수가격 6조원 안팎교보생명 나홀로 눈독 속 '쪼개 파는 방식'도 유력증권업계도 회오리현대·동양 등 10여곳 대기7월 통합 산은 출범 땐 KDB대우도 나올 가능성주목받는 비은행권 매물LIG손보 누구 손에 가나보험업계 '2위 경쟁' 후끈
올해 금융계에는 큰 장이 선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산업은행 계열사 매각, 중견그룹 구조조정 등에 따라 금융계 인수ㆍ합병(M&A) 시장에 초대형 매물이 줄줄이 쏟아질 예정. 상반기에만 M&A 시장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만큼, 금융권을 뒤흔드는 대형 지각 변동이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워낙 매물의 덩치가 커서 섣불리 나서기 쉽지 않은데다, '승자의 저주'(인수 후유증을 겪는 현상)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업계 M&A 시장 최대 매물은 역시 우리은행 패키지(우리은행ㆍ우리카드ㆍ우리PEㆍ우리FISㆍ우리종금ㆍ경영연구소)다. 우리은행은 자산규모 266조원으로 업계 2위 은행이라 그 파급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번번이 시도에만 그쳤듯, 이번에도 매각 성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인수가격이 프리미엄을 포함해 6조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금융당국은 다양한 매각 방식을 검토 중이다. 현재로선 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56.97%) 중 최소 10~30% 이상만 팔고 나머지는 여러 투자자에게 나눠 파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각성공과 매각대금 극대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고, 쪼개 파는 방식도 한 방안일 수 있다"며 "금융사가 정부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쪼개 팔 경우 인수자 보다 정부 입김이 더욱 강하게 돼 사실상 주인 없는 은행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우리은행 인수에 나서겠다고 손을 든 곳은 교보생명 뿐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10년 전부터 은행에 관심을 가져왔고, 매각조건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잠재 후보로 꼽히는 KB금융지주를 비롯해서 신한지주, NH농협지주 등은 한결 같이 "인수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그래도 금융당국이 2~3월 중 세부 매각 방안을 내놓는다면 열심히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다. 만약 경쟁 지주사 중 1곳이 사들일 경우 다른 지주사들을 압도하는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 있는 탓이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중복 지점 등 비효율성까지 함께 떠안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섣불리 나설 곳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증권 업계 역시 대형 회오리가 몰아칠 전망이다. 작년 농협지주가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은 데 이어 올해도 이미 현대증권과 동양증권 등 10여곳의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있다. 현재 동양증권은 KB금융, 현대증권은 현대차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조심스럽게 입질을 하고 있는 상태. 여기에 오는 7월 산은금융지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 산업은행'으로 출범하게 되면 업계 1위 KDB대우증권까지도 M&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견그룹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비은행권 매물도 쏟아질 전망이다. 보험업계에는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에 이어 올해 업계 4위인 LIG손해보험이 매물로 등장한다. LIG그룹은 계열사인 LIG건설이 법정관리 신청 전 발행한 기업어음(CP)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보상하기 위해 지분(20.96%)을 전량 매각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이 인수하는 경우 단숨에 삼성화재에 이어 손보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현대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현대증권 외에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내놓을 예정이고, 예금보험공사의 해솔ㆍ한울저축은행도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에 토종 대부업체 웰컴크레디라인대부(웰컴론)와 호주계 페퍼저축은행이 각각 선정돼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웰컴론이 해솔을 인수할 경우 대부업체로서는 금융권 진출의 첫 사례가 된다. 지난달에는 SC저축은행ㆍSC캐피탈 우선협상대상자에 홍콩계 사모펀드인 링스아비트리지리미티드(LAL)가 선정된 바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자본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세계 경제 전망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M&A를 꺼리고 있어 사모펀드들이 올해는 더욱 M&A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워낙 알짜배기 매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제값을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헐값매각 우려가 팽배한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들은 많은 매물 중 고를 수 있는 상황이라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자구책으로 금융회사 매각을 선택한 회사들에겐 불리한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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