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후 전 세계에 파견된 외교관과 관영 언론 등을 총동원해, 20일 가까이 인해전술식의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이후 적어도 32명의 해외주재 중국 대사가 신문 기고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일본을 비난했다. 실제로 주(駐)일 청융화(程永華) 대사가 지난달 30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에 기고한 것을 신호로, 주미 추이톈카이(崔天凱), 주영 류샤오밍(劉曉明) 대사 등이 잇따라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를 했다. 지난 10일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에콰도르, 몰도바, 루마니아, 캄보디아에 주재하고 있는 중국 대사가 동시에 현지 신문에 기고했다. 경화시보는 "전 세계의 중국대사들이 지금까지 총 40여 차례에 걸쳐 인터뷰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중국의 입장을 밝혔다"며 "중국이 양자간의 민감한 문제와 관련, 이번처럼 집중적이고 전투적 입장을 발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와함께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일본의 태도를 강력 비판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중국 외교 실무 총사령탑인 양제츠 국무위원(부총리급)은 일찌감치 중일 관계의 악화를 경고하는 성명을 내 놓은 바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거의 매일 외국 정상이나 외교사절을 만날 때마다 일본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일본과의 외교전은 외교관뿐 아니라 기자들도 앞장서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 중국 관영 언론들은 연일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싣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0여만명의 희생자를 낳은 난징(南京)대학살과 일본 관동군 731 세균 부대의 반인륜적 인체 실험, 위안부의 참상 등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각종 죄악들을 입증하는 역사 자료들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전문가와 학자들의 입을 빌어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다. 취싱(曲星)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10일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연 외신기자간담회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지는 일본에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아베 총리가 상황을 더욱 고조시킨다면 중일 지도자 회담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 가을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중일 관계가 회복되긴 힘들어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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