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이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내놓기로 한 에쓰오일 지분을 최대주주인 아람코가 인수한다. 이에 따라 에쓰오일은 6년 만에 아람코의 완전한 단독경영체제로 전환되며, 아람코는 향후 5조원대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2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나세르 알 마하셔 사장은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외국인투자기업인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한진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매각하려는 에쓰오일 주식을 아람코가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는 1991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합작투자 형태로 진출했으며,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해체된 뒤로는 단독경영권을 행사해왔다. 이어 2007년 한진그룹이 에쓰오일의 자사주(28.4%)를 인수함에 따라, 회사는 ▦아람코측이 CEO를 ▦한진그룹이 이사회의장을 맡는 형태로 공동경영방식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그룹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지분을 내놓기로 했고, 이를 약 2조원에 아람코가 인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지분은 60%대로 높아져, 완전한 단독경영이 가능해졌다.
단독지배가 가능해진 아람코는 에쓰오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울산에 5조원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생산시설을 짓기로 하고, 현재 부지확보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표 수익원인 파라자일렌(PX)의 뒤를 이을 신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최근 SK그룹과 GS그룹이 PX공장 증설에 뛰어드는 등 이 분야 수익감소가 예상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에쓰오일측은 구체적 생산품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선 다양한 파생상품 생산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유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마곡지구에 연구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현재 울산에 위치한 기술연구소 만으로는 우수인력 확보는 물론 기술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인데, 현재 서울시와 한창 협의 중이다.
알 마하셔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는 정유ㆍ윤활ㆍ석유화학 사업을 아우르는 가장 수익성 있는 종합 에너지 회사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며 "단언컨대 에쓰오일에 새 역사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한진그룹이 주식을 팔더라도 우호적 유류공급관계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다. 애초 한진그룹이 에쓰오일 지분을 취득한 건, 항공(대한항공) 해운(한진해운) 등 기름수요가 많은 사업 특성상 안정적 유류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일각에선 이번 한진그룹의 지분매각으로 공급관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에쓰오일은 대한항공, 한진해운은 물론 다른 항공사나 해운사에도 유류를 공급했고, 2대 주주라고 해서 대한항공에 가격 특혜를 준 적도 없었다"며 "한진그룹이 에쓰오일 지분을 갖기 전인 수 십년 전부터 맺은 수급 관계이기 때문에 이전과 다름 없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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