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기된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은 1,100건으로 전년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중도 소 취하율이 처음으로 5%를 밑돌았고, 승소율은 소폭 상승했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사고 중 소송가액 2,000만원 이하인 소액사건을 제외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총 1,100건이 새로 제기됐다. 이는 법원전산화로 통계 확인이 가능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의료사고 손해배상 소송은 2002년 665건, 2003년 747건, 2005년 864건, 2009년 914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2012년 1,000건을 돌파했다. 소액사건을 포함한 전체 의료소송도 2009년 1,000건을 넘었으며, 지난해 1,333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재경지법 의료전문 재판부 출신의 한 판사는 "법률 시장이 커져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의료소송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처리해 주는 변호사들도 최근 3~4년 사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더구나 소송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어 의료소송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송을 냈다가 중도에 취하하는 비율도 눈에 띄게 줄었다. 2002년 11%를 웃돌던 소 취하 비율은 이후 6~7%대에 머무르다가 지난해 4.98%로 처음 5% 아래로 떨어졌다.
법조계에선 최근 환자 측 승소율이 높아진 것도 소송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2002년 25%에 머물렀던 환자 측 승소율(일부 승소 포함)은 2011년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2.2%를 기록했다. 대형 병원과 환자 사이의 의료 소송을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의료소송은 법률적, 의학적으로 의사 측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적 한계가 있다"면서 "과거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나 전관 변호사를 써 환자 측 주장을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병원들이 최근 조정을 통해 일부 위자료를 보상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 환자 측 승소율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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