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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해달랬더니 2년째 뭉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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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해달랬더니 2년째 뭉그적"

입력
2014.01.12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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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진정인) "결코 그런 적 없다."(경찰)

최근 광주의 한 골재채취업체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회삿돈 횡령사건 수사를 두고 경찰과 피해자인 업체 대표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업체 대표가 "경찰이 1년 가까이 사건을 뭉개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 태도를 문제 삼고 나서자, 경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발끈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간에 진정인과 경찰 관계는 낯을 붉히며 공방을 벌일 정도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경찰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도대체 횡령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골재채취업자 A(53)씨는 지난해 2월 전 직원 B(52)씨와 건설업자 C(52)씨 등 3명이 가장(假裝)거래 방식 등으로 100억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린 사실을 알고 이들을 처벌해 달라며 광주지방경찰청을 찾았다. 진정서를 접수한 경찰은 한 달 뒤 B씨 등 사건 관련자 10여명의 계좌압수수색을 통한 금융거래 내역 조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담당 수사관에게서 금융거래내역을 넘겨받아 직접 계좌분석작업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6월 무렵부터 사건 수사팀 주변에선 귀를 의심할 만한 말이 돌았다. 담당 수사팀장이 수사대상인 C씨를 사적으로 만나는 걸 봤다고 동료 경찰관이 귀띔해 준데다, 회삿돈 수십억 원이 흘러 들어간 핵심계좌에 대한 추적영장 신청도 누락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실제 경찰은 B씨 등 관련자에 대해서는 계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반면 횡령금 수십 억원이 흘러 들어간 C씨의 회사와 관련된 법인계좌에 대해서는 금융거래정보 제공 동의서로 대체했다. A씨는 "담당 수사관이 C씨 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러 갔다가 그 회사 직원의 부탁을 받고 계좌압수수색영장 대신 금융거래정보 제공 동의서를 받았다는 말을 했었다"며 "이는 C씨 측이 수사기밀인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A씨는 수사 부서 교체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조치는 같은 부서의 다른 수사관이었다. A씨는 사건을 넘겨 받은 수사관의 수사 태도 역시 석연치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사건을 넘겨 받은 수사관이 9월 말쯤 B씨가 C씨와 가장거래 방식으로 탈세한 사실이 나온 만큼 이를 국세청에 자진신고한 뒤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횡령)규모가 정해지면 그만큼 수사도 빨라질 수 있다며 자진신고를 하라고 해 그대로 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국세청 세무조사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되레 A씨는 탈세범으로 몰려 추징금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세무조사 종료 전에 수사를 통해 B씨 등의 횡령 사실이 확인되면 실제 탈세행위자인 이들에게 추징금이 부과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 대표인 A씨가 탈세자가 되기 때문이다. A씨는 "국세청이 이달 말 세무조사를 끝내고 과세에 들어간다고 한다"며 "경찰 말만 믿다가 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또"계좌 분석을 통해 B씨 등의 범죄일람표까지 만들어 줬는데, 경찰이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했길래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가 내려오느냐"며 "지난해 11월 검찰의 재지휘가 떨어진 이후에도 관련자들을 소환 조사도 하지 않는 등 수사를 뭉개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고 있다. 경찰은 A씨가 C씨 등과 대질과정에서 다툼을 벌이다가 C씨를 탈세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하면서 방법을 물어와 국세청에 있는 지인을 통해 탈세 자진신고 등에 대해 알아봐 준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경찰의 반박이다. 1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수사관 1명이 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뿐더러 상식적으로 수사할 의지가 없었다면 B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겠느냐는 설명이다.

경찰은 "A씨가 제기한 담당 수사팀장의 피진정인 사전 접촉 의혹의 경우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되는 등 A씨의 주장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태가 '진실공방'으로까지 번지자 경찰도 태도를 좀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다음 주 중으로 B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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