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정권이 '애국심'을 강조하고 '자학사관'을 수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교과서 검정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학습지도요령해설서에 영토교육을 강화하는 문구를 추가하려는 것도 교과서를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맞게 재단하려는 작업의 일환이다. 일본 내에서는 우익 이념을 공교육에까지 강요하고 후소샤 등 우익교과서에 활로를 열어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주변국의 비판 등 외교 갈등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이 60여년 유지해온 교과서 검인정제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검정과정에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 명분을 어떻게 만드느냐이다. 이를 위한 길을 닦은 사람이 아베 총리다.
아베 총리는 첫 번째 총리 재임시절인 2006년에 교육기본법을 개정했다. 1947년 제정 이후 한 번도 고친 적이 없는 이 법을 바꾼 이유가 뭘까. 개정 기본법에 새로 들어간 '도덕' '애국심'이라는 두 단어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대 변화에 맞춰 이 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개정의 명분과는 딴판으로 새 교육기본법에서 아시아태평양전쟁 시절 군국주의 일본의 시대 분위기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개정 교육기본법의 정신에 맞춰 학습지도요령과 해설서 내용이 바뀌고 있다. 학습지도요령은 학교현장에서 꼭 가르쳐야 할 학습 뼈대를 제시한 것이고 해설서는 이를 좀더 알기 쉽게 풀이한 것이다. 교사들의 수업지침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교과서 기술이나 편집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2008년 자민당 정권 하에서 중학교 사회과 지리분야 해설서에 처음으로 '다케시마(竹島ㆍ독도의 일본명)가 등장했다. '한국과 사이에 다케시마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2년 뒤 변경된 고교 해설서에서는 '다케시마'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중학교 학습에 바탕해서 우리나라의 정당한 주장에 기초해 정확하게 다룬다'고 '독도는 일본땅'교육을 유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중ㆍ고교 교과서들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를 다루는 교과서들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이번 해설서 개정안은 한술 더 떠 독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이 일본의 '고유영토'라고 명확하게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해설서 내용은 학습지도요령 변경에 맞춰 10년마다 바뀌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개정은 중학교의 경우 6년, 고교는 불과 4년만이다. 놀랄 것도 없는 것이 문부성 장관은 이미 지난해 4월 "새로운 교육기본법, 새 학습지도요령의 취지를 살린 교과서가 필요한데 지금 교과서는 그렇지 않다고 느낄 부분이 있다"며 "교과서 검정(제도) 수정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역시 "개정 교육기본법에는 일본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애국심, 향토애를 담았는데 검정기준에는 그런 정신이 반영 안된 듯 하다"며 "검정 담당관 역시 그런 인식이 없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대해 일본 시민단체들은 "애국심은 개인의 사상이나 양심의 문제"라며 "영토갈등을 기화로 삼아 공교육을 통해 이를 강제하는 것은 헌법 위배"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중요한 것은 자국의 역사나 문화를 '사실'에 맞게 익히고, 일본헌법의 평화주의 원칙을 배우며 스스로 애국심을 생각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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