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1심 징역형 동거남녀에 6월∼1년 추가
PC방에서 게임을 하느라 생후 15개월된 아기를 추운 베란다에 밤새 방치해 숨지게 한 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남녀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오히려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부장 이원범)는 충남 천안의 다가구주택 베란다에 아기를 방치, 숨지게 해 1심에서 유기치사죄로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항소한 김모(30)씨와 고모(23ㆍ여)씨에게 징역 2년6월과 2년을 각각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2012년 4월10일 오후 10시20분쯤 고씨는 자신이 낳은 15개월 된 딸을 동거남 김씨에게 맡기고 집 근처 PC방에 갔다. 김씨도 20여분 뒤 아기를 민소매 상의와 기저귀만 입힌 채 베란다에 놓고, 고씨가 있는 PC방으로 향했다. 당시 아기가 방치된 베란다는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았고, 건물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날 오전 3시27분쯤 집에 돌아온 김씨는 아기가 베란다 바닥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같은 날 오전 11시17분쯤 귀가한 고씨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오후 7시30분쯤에서야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으나 이미 저체온증으로 숨진 뒤였다.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이들은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아기의 사망을 예견할 수 없었던 데다 양형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고씨에 대해 “단지 PC방에 가려고 생후 15개월밖에 안 된 친딸을 방치했고 장시간 게임에만 열중하는 등 엄마로서의 기본적 책무를 소홀히 한데다 딸이 숨진 직후에도 김씨와 농담을 주고 받으며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도 않았다”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동거남 김씨에 대해서도“자신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었으면서 아기의 안전에는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아 사망에 이르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등 정황도 좋지 않다”고 밝혔다.
대전=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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