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금, 일자리, 주택 문제를 세대간 경쟁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나 과 같이 '세대전쟁'을 제목으로 단 서적들이 잇달아 출간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들이 제기하는 세대 담론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세대 간의 격차와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세대 간 협력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세대들이 집중 투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그 이후 지방선거나 총선에서 이러한 젊은 세대는 선거 돌풍을 일으키는 데 주역이 되었다. 반면,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50대 이후의 중노년 세대들이 이익 투표, 계급투표, 종북 이념에 기반을 둔 투표를 통해 강한 결집력을 보여주었다. 이 선거를 계기로 세대 간 양극화와 경쟁의 문제는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회ㆍ경제적인 문제를 세대간 경쟁의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최근의 논의는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고려하는 시간 범위가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논의에서 다루는 세대 간 갈등은 노인세대와 장년층 간의 문제, 혹은 주로 50대로 구성된 베이비 붐 세대와 그 자녀들로 구성된 20ㆍ30대의 '에코 세대'간의 문제를 다루고 있을 뿐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다.
둘째, 주로 쟁점이 되고 있는 주제가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수급액 수준, 정년 연장, 청소년 우선 고용 문제, 주택시장 활성화 등과 같이 경제적인 문제에 치중되어 있다. 각 세대가 부담해야 할 금액과 수혜에 대한 논의가 주된 관심사였다. 당연히 논의를 통해 도출되는 해법도 비용 부담의 규모와 분담방식의 변경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셋째, 문제 해결 주체가 국가이거나 집단화될 수 없는 개인들에 미뤄지고 있다. 세대를 대표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책임질 수도 없고 대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국가가 정치적인 이해관계의 조정을 통한 해결방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지막으로, 연령대별로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기 때문에 세대 간 격차보다 더 구조적인 세대 내 격차 문제나 구조적인 사회문제를 도외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우리가 세대 간 경쟁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확인한 계기가 선거였다는 점은 문제 해결에서는 오히려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 간 이익 투표를 하는 경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하기보다는 정치적인 타협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대 간 경쟁 논리에 따르면 선거에서 각 세대가 자기 세대의 이익 극대화를 위한 투표를 하기 때문에 아직 태어나지 않거나 투표권조차 갖지 못하고 있는 미래세대의 이익은 누구도 대변해주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짧은 세대 간 이해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본다면 더 절실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바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지속 가능성이다. 현재의 성장과 발전 궤적을 유지하는 경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평등한 사회가 될 수 있는가. 또한 우리 국토는 생태적으로 지속성이 확보될 수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국가 간, 지역 간, 계층 간 양극화는 심화되어 왔으며,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경제학자 도넬라 메도스 등은 에서 1972년 이후 지구의 위기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급격한 세계화와 개방화, 재벌 위주의 성장 경로를 거친 우리에게는 더 실감 나는 지적이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투자촉진 대책으로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발표하여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현 시기에 진정하게 세대 간 통합과 협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사회의 양극화 해소와 지속 가능성 확보일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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