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쿨러링’의 기적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쿨러링은 자메이카의 봅슬레이 선수들이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1993년 개봉된 영화다. 눈과 빙판을 구경하기 힘든 ‘적도의 나라’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동계올림픽 도전기를 그린 코믹물이다.
스포츠에서 ‘불가능은 없다’라는 표현으로 흔히 축구인들은 ‘공은 둥글다’라는 말로, 야구인들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반면 빙상인들은 영화 쿨러링을 꼽는다. 자메이카 대표팀은 당시 메달권에 입상하지 못하고 참가하는데 의의를 뒀지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한국이 실제 메달권에 근접하는 기량을 뽐내고 있다.
한국 봅슬레이가 남녀 2인승에 이어, 남자 4인승에서도 사상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봅슬레이가 4인승에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1년간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은 아메리카 컵에서 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지만 모두 2인승에서 나왔다.
원윤종(29ㆍ경기연맹)과 석영진(24), 전정린(25ㆍ이상 강원도청), 서영우(23ㆍ경기연맹)로 구성된 남자 4인승 대표 A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아메리카컵 7차 대회에서 1ㆍ2차 레이스 합계 1분53초52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은 1차 레이스에서 56초13으로 1위에 올라 멀찍이 앞서나갔다. 2차 레이스는 57초39로 4위에 그쳤지만 1ㆍ2차 합계에선 미국(1분53초70)과 일본(1분53초81)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김동현(27ㆍ강원도청)에게 조종간을 맡기고 김식(29ㆍ성결대), 김경현(21ㆍ서울연맹), 오제한(23)으로 팀을 짠 대표 B팀도 합계 1분54초95의 기록으로 8위에 올라, 남은 8차 대회 결과에 따라 4인승에서 2팀의 올림픽 출전도 기대해 볼만하다.
앞서 김선옥(34ㆍ서울연맹)과 신미화(20ㆍ삼육대)로 이뤄진 여자 2인승 대표팀도 11일 열린 아메리카컵 8차 대회 1ㆍ2차 레이스 합계 2분00초96을 기록, 은메달을 따냈다. 여자 대표팀은 아메리카컵 포인트 516점을 기록, 아메리카컵 통합 준우승을 차지해, 소치 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확정 했다. 아시아 쿼터 배정을 두고 경쟁하던 일본을 크게 제쳤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256점)에 더블스코어로 앞선 상태다.
한국 봅슬레이는 이로써 남자 4인승과 2인승, 여자 2인승 등 모든 종목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티켓을 얻을 것이 확실시 된다.
국제 봅슬레이 스켈레톤연맹(FIBT)은 20일에 국가별 올림픽 출전권을 공식 발표한다.
이쯤 되면 쿨러링의 기적이 따로 없다. 전용 경기장은 커녕 대당 1,000만원이 넘는 장비가 없어 일본에서 빌려, 빙판대신 아스팔트를 누빈 던 때가 불과 4년전이다. 2010년 강원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이 생기면서 훈련환경이 개선됐다. 지난해 9월 약 100일간 봅슬레이 선진국 유럽ㆍ북미 10개 도시 로 전지훈련을 떠나 썰매 경기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것이 주효했다.
한편,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19ㆍ한국체대)도 같은 날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대륙간컵 7차대회에서 1분38초72로 골인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윤성빈은 6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두 대회 연속 시상대에 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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