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에 A380 여객기 전용 탑승구를 만들지 않으면, 대한항공은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A380을 투입할까 합니다."
2005년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신임 LA시장을 만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A380은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리는 최신기종. LA시 입장에선 A380 취항을 샌프란시스코에 빼앗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조 회장의 '협박'이 통한 것일까. LA국제공항은 A380 전용 탑승구 13개를 설치했고, 이 중 9개는 대한항공이 사용하는 톰 브래들리 국제선 터미널에 있다.
LA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경제면 톱 기사로 이 같은 일화와 함께 조 회장과 LA의 깊은 인연을 소개했다. 미국에서 학창생활을 보내고 남가주대(USC)에서 경영학석사(NBA)를 받은 조 회장한테 LA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 세 자녀 모두 USC 동문이기도 하다.
특히 드라마틱한 것은 40년 전 LA에서 길을 잃기까지 했던 그가 이제는 이 곳에서 가장 높은, 10억 달러짜리 월셔그랜드호텔을 짓고 있다는 점. 조 회장은 "1974년 아내와 신혼여행 도중 길을 잃었는데 어둡고 텅 빈 공장, 문 닫힌 상점 밖에 없어서 호텔로 가는 방법을 물어볼 사람조차 만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지역 랜드마크가 될 호텔로 인해 밤에도 길을 찾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게 됐다.
이 신문은 LA지역경제에서 조 회장이 매우 중요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LA공항 국제여객 부문 3위, 화물부문 4위이고, 한진해운은 인근 롱비치 항구에 대규모 컨테이너 운송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1,000명의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고, 2017년 호텔프로젝트가 끝나면 1,750명의 추가고용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빌 앨런 LA경제개발공사 사장은 "한국과 남부 캘리포니아의 관계에서 조 회장만큼 중요한 인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조 회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7년쯤이면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데 호텔과 사무용 빌딩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며 월셔그랜드호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에 투자하기엔 바로 지금이 최적의 시점"이라며 "투자는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하는 것이지, 단기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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