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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마약·섹스에 맛들린 그 남자… 자본주의 노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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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마약·섹스에 맛들린 그 남자… 자본주의 노예로

입력
2014.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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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골 청년 조던 벨포트(리어나르도 디캐프리오)는 부자가 되려고 주저 없이 월스트리트로 향한다. 막 입사한 증권회사는 그에게 별천지다. 갖은 욕설을 주고 받으며 오로지 돈을 위해 몸을 던지는 직장 선배들의 행태를 그는 황홀함에 젖어 바라본다. 그래도 그는 순진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직속 상사 마크(매튜 매커너히)가 첫 점심 자리에서 "(증권브로커의) 성공 비결은 고객의 돈을 내 주머니로 옮기는 거야"라고 말하자 슬쩍 반발한다. "고객에게 돈을 벌게 해주면 서로 이익 아닌가요?"

그런 조던도 별수 없다. 고객 따윈 안중에 두지 않게 된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위법과 탈법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바닥에서 버티려면 마약과 창녀는 기본"이라던 마크의 말도 그대로 실천한다. 미친 듯이 약을 흡입하고 매일 밤 여자를 바꿔가며 광란의 잠자리를 갖는다. 적법한 절차와 양심을 지키며 제정신으론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조던의 꿈은 증권사 스크래튼 오크먼트를 설립하면서 현실이 된다.

영화'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월스트리트의 늑대'(언론이 붙인 조던의 별명이다)라는 뜻의 제목이 암시하듯 약탈적 자본주의의 실체를 발가벗긴다. 등장인물들은 돈을 향해 돌진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피로와 스트레스는 마약과 섹스로 해소한다. 때론 마약과 섹스를 동력 삼아 광란의 머니 게임을 펼친다. 돈이 마약이자 섹스이고 마약과 섹스가 돈인 셈이다. 영화 앞머리에서 조던은 말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최고의 약은 세상을 정복하고 적의 내장을 파낼 수 있다. 그 약은 바로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던과 그의 일당의 너저분한 행태는 좁게는 금융자본주의, 넓게는 미국 사회를 상징한다. 요컨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돈과 마약과 섹스라는 3종 세트를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맵게 비판하는 영화다.

거의 매 대사마다 '엿먹어'(F*** you)가 붙고 두 세 장면 건너 한번 꼴로 질펀한 정사 장면이 끼어든다. 동어반복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본주의를 비판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장면들이 바통을 주고받는다. 조던이 일자무식의 친구들 교육을 위해 고객을 어떻게 꾀는지 시연하는 장면, 조던의 여비서가 보너스 1만 달러를 더 받기 위해 전 직원들 앞에서 머리를 삭발하는 모습, 조던이 직원들과 난장이 서커스 단원을 과녁에 던져 돈내기를 하는 장면 등은 돈에 돈 세상을 향한 거대한 야유다. 영화는 179분 동안 당신들이 살아가는 자본주의 세상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한번 직시하고 느껴보라고 강권한다.

디캐프리오의 연기가 압권이다. 그는 수시로 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발정난 짐승처럼 여자에게 달려드는 조던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낸다. 특히 조던이 마약에 절어 초점이 풀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바닥을 기는 장면은 탄성을 자아낸다. 디캐프리오 일생일대 최고의 연기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일말의 주저도 없이 몰아붙이듯 자본주의 치부를 들춰낸다. 72세의 노장이라기보다 야심만만한 20ㆍ30대 신예 감독 같다. 2002년 '갱스 오브 뉴욕'으로 디캐프리오와 처음 만나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로 계속 콤비를 이뤄온 디캐프리오와 스콜세지는 시궁창 같은 소재로 기이하고도 눈부신 영화를 만들어낸다. 존 벨포트의 자전적 소설 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9일 개봉했고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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