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 A(36·지체장애 1급)씨는 4년 전 시설에서 막 나와 자립생활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리면 악몽 같다. 척추를 다쳐 목 아래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혼자 생활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돕는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했지만 며칠 가지 않아 모두 일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5명이 A씨 집에 왔다가 그만뒀다. A씨의 장애가 심해 힘들다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당시엔 허탈했다"며 "지금 (3년 넘게 함께 하고 있는) 활동보조인이 그만두면 세상을 못 살 것 같다"고 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은 확대되고 있지만 중증장애인일수록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기가 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증장애인을 보조하는 것보다 일은 고되고 시급은 낮아 활동보조인들이 중증장애인을 꺼리기 때문이다. 활동보조인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면서 중증장애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비스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연결하는 서울시내 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계자는 "활동보조인들이 휠체어로 이용자를 안아서 옮기는 경우가 많은데 경직이나 장애 정도가 심하면 아무래도 (활동보조인을) 구하기 어려워 2~3개월 정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활동보조인들의 시급은 장애 정도와는 무관하게 평일 6,412원으로 동일하다. 서비스 중개기관에 수수료 25%를 떼고 난 금액이다. 보통 시간당 1만원 정도를 받는 가사도우미보다 박한 대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활동보조인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121시간이고 월평균 보수는 85만 4,263원이다.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을 3년 넘게 하고 있는 임모(42)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식당 일을 해도 이보다는 많이 벌 수 있다"며 "하지만 가족처럼 돼 버린 이 친구를 생각하면 그만 두지 못한다"고 말했다.
힘 좋은 젊은 남성이라면 장애인 보조가 별로 힘들지 않다고 여길 수 있지만 활동보조인 대부분은 40~50대 중년 여성이다. 활동보조인 3만7,369명(지난해 8월말 기준) 중 남성은 4,322명으로 11.5%에 불과하며, 40~50대가 75%(2만8,231명)를 차지한다. 낮은 임금 때문에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들만 몰려서다. 중증장애인, 특히 체격이 큰 남성 장애인을 돌보기엔 힘이 부친다.
장애 정도에 따라 활동보조인의 시급을 달리 책정해 중증장애인 기피를 해결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4등급의 장애 정도에 따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한도(금액)를 정해놓고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어서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만 시급을 올리면 서비스 이용시간이 줄어드는 게 문제가 된다. 더욱이 장애인이 지불해야 하는 본인부담액도 함께 오르게 돼 또 중증장애인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활동보조인 시급을 올리고 중증장애인에게 더 많은 급여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정학 전국장애인활동보조인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면서도 올해 임금은 동결했다"며 "활동보조인으로만 일해도 생계가 가능하도록 하면 활동보조인 지원자가 늘고 중년 여성만 몰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본인부담금 폐지를 전제로 급여 한도를 높여야 하며, 중증장애인에게 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중개기관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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